외국기업, 올 110억달러 국내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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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KOTRA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전담조직(인베스트코리아)을 이끌고 있는 앨런 팀블릭 단장의 얼굴엔 요즘 희색이 돈다. 올 한 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4년 만에 처음으로 110억달러를 넘어서 두둑한 성과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내내 어두웠던 국내 경제 분위기와는 달리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어느해보다 활발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수도 2001년 1만개를 넘어선 뒤 처음으로 1만5000개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으로 이들 나라 기업의 해외투자 여력이 살아난데다▶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업종에 부품.소재를 국내에서 공급하려는 외국 기업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1.부품.소재

◆잘나가는 한국기업 쫓아가자=한국기업들이 강한 업종에 외국 기업의 투자가 몰렸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에 부품·소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일본 아사히 글라스·호야·스미토모 화학 등이 각각 LCD용 유리, LCD포토 마스크, 화학제품등의 공장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에 따라 경기도엔 외국 LCD 부품공장이 늘어선 LCD벨트가 구축될 전망이다. 캐나다 매그나와 독일 보쉬, 미국 델파이 등 외국의 자동차부품업체도 국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델파이는 경기도 용인에 가솔린 및 디젤엔진 제어시스템 기술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2.R&D

◆외국 연구개발센터 속속 상륙=한국 고객들의 요구에 좀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에 전자소재 연구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듀폰 찰스 홀리데이 회장)

정보기술(IT)기업들과 과학기술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는 방안을 밝혔다. IT 관련 기업들은 국내 IT기술인력의 고용계획도 내놨다. KOTRA 신산업유치팀 관계자는외국 기업들이 이공계 R&D인력을 채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법 제도가 정비돼 내년에 외국 기업의 R&D센터 설립이 더욱 활기를 띨 것 이라고 전망했다.

3.서비스

◆서비스 투자도 기지개=외국 기업들은 1998년 이후 제조업 인수에 열을 올렸으나 올해 다시 서비스업 투자를 크게 늘리는 추세다. 특히 GE 캐피털과 씨티그룹은 국내 금융기관 투자에 열심이다. 마이클 징크 한국씨티그룹 수석부행장은 한국의 금융시장은 점점 커질 것 이고 첨단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물류

◆일본 물류업체 국내 거점 확보=일본 미쓰이 물산은 흥아해운과 합작으로 부산항에 6만6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중국 등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화물을 부산항에서 재분류한 뒤 이를 일본 항구로 실어간다는 전략이다. 이럴 경우 물류비를 최대 1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일본통운과 일본철도화물은 서로 힘을 합쳐 부산에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며, 일본 물류업체인 MFL도 부산에 거점 마련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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