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전염병 피해 쓰나미만큼 심각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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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일이 들이닥치는 순간. 미국의 위성방송인 APTN이 한 영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입수한 비디오 테이프의 한 장면. 지난 26일 스리랑카의 남서쪽 베루웰라의 에덴 리조트에 대형 파도가 들이닥쳐(上) 순식간에 리조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下).[베루웰라AP=연합]

쓰나미가 할퀴고 간 남아시아 지역이 장티푸스.콜레라.설사 등 수인성(水因性) 전염병 때문에 또다시 커다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긴급지원조정관의 말을 인용, "피해국들의 보건 체계를 시급히 정비하지 않으면 며칠 내로 대규모 전염병이 돌 수 있다"며 '제2의 재앙'을 경고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염병 창궐은 쓰나미만큼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기구들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전염병 발생.피해 지역 복구와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로이터 통신도 적십자 관계자의 말을 빌려 "더러운 물을 통해 퍼지는 질병이 현재 예상되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보도했다. 곳곳에 널려 있는 시신과 동물의 사체, 오염된 웅덩이와 식수 등의 처리 문제가 시급하다. 전염병을 퍼뜨리는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피소에 밀집된 이재민 사이에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적십자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 100만명, 태국에서 2만9000명이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만2000여명의 피해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리랑카에 우려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특히 나쁘기 때문이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는 구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고 있다. 심지어 내전 당시 매설된 지뢰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27일 경고했다. 유니세프는 "지뢰 매설 지역에 세워뒀던 경고 표지들이 모두 물에 쓸려가거나 부서졌다"고 발표했다.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깨끗한 식수가 절실하다"며 "정수(淨水)처리에 필요한 약품.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쓰나미 피해로 전 세계 80여개국 국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각국의 사망.실종자는 미국 8명, 프랑스 6명, 호주 17명, 네덜란드 19명, 스웨덴 9명, 오스트리아 17명 등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12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독일 헬무트 콜 전 총리는 스리랑카 체류 중 가까스로 지진 해일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시사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콜 전 총리의 베를린사무소 관계자는 이날 "해변에 해일이 밀려올 당시 콜 전 총리가 호텔에 있어서 운 좋게 화를 면했다"고 밝혔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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