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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10월부터 개·보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세종문화회관이 오는 10월 말에 착수하는 대극장(3천8백52석)의 개·보수 공사가 계획상으로는 외형적인 수리의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난방 시스템,객석 의자와 음향 반사판, 무대 바닥 등 노후 시설의 교체에 그칠 뿐 개·보수 공사의 핵심이 되어야 할 음향 부문에선 클래식 공연에까지 마이크·스피커를 동원한 음향보정(音響補正)시스템에 의존할 계획이기 때문이다.객석을 3천1백여석으로 줄이는 것도 객석 간격을 넓힌 결과일 뿐 음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채꼴 구조나 공연장 내부의 부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당시엔 무대가 절대 부족하던 시절이어서 국내 최고의 공연장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엔 서울의 한복판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무대 시설이 낡고 개관 당시의 음향상태보다 악화돼 클래식 공연에선 관객이나 연주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단지 뮤지컬·팝 공연에서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이 대극장의 기능 회복을 위해 3백18억여원을 들여 개·보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오페라·뮤지컬·발레·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장이라는 특징을 제대로 살리려면 음향조건에서 신축성·가변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잔향시간은 1.2초. 오케스트라(2.0초)는 물론 오페라(1.5~1.8초)공연에도 부적합하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현재 상태에서 음향보정 시스템으로 잔향시간을 1.4~2.0초로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음향 전문가들은 음향반사판과 내부 마감재의 교체,베를린필하모닉홀 같은 포도밭 스타일이나 직사각형에 가까운 객석 재배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잔향시간을 2.0초까지 늘린 다음 장르에 따라 흡음 커튼을 설치해 다시 줄일 수 있어 건축음향으로도 얼마든지 신축성과 가변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세종문화회관은 1999년 민영화 추세에 따라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후 급격히 늘어난 뮤지컬·팝 공연을 위해 대형 스피커를 무대 양옆에 설치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할 SIAP 시스템은 관객의 눈에 띄지 않게 무대 위에 여러 개의 마이크를 설치하고 객석 벽면에 수십 개의 스피커를 부착하는 정교한 장치다. 말하자면 관객에 대한 '눈속임'이며 공연장에 가서 고급 오디오를 듣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음 보강을 위해 음향보정 장치를 사용해온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이 최근 개·보수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 시스템을 철거한 것이나, 개관 이후 SIAP 시스템을 사용해온 LG아트센터의 음향에 대해 음악계에서 '차갑고 기계적인 사운드'라고 비난을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음향보정이란…

다목적홀에서 잔향 시간과 음압(音壓)·공간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음향 시설. 영어로는 sound reinforcement, assi sted resonance 또는 electronic enhancemen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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