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나아질 수 없어도 친구들 보면 한없는 믿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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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대건중에 재학 중인 뇌성마비 장애아 서진우(14)군의 어머니 이경연(46)씨가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교실을 나서고 있다.[조문규 기자]

'저에겐 아이가 셋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 아이를 키울 때는 저도 다른 엄마들처럼 내 아이가 좀 더 공부를 잘 했으면 싶었고, 딸아이니 예쁘게 컸으면 좋겠고, 이것 저것 다 가르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셋째 아이 진우를 낳고 키우면서 그런 희망은 저에게 모두 사치고 욕심이고 생각도 못해 볼 헛된 꿈이 되었습니다…'.

대구 대건중 1학년에 재학 중인 뇌성마비 장애아 서진우(14)군(본지 12월 14일자 1면)의 어머니 이경연(46)씨가 학교에 보낸 편지 '사랑합니다!'가 학부모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씨는 이 학교 소식지인 '대건소식 11월호'에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의 솔직한 심정을 적었다.

이씨는 '여덟살이 돼도 걷지 못한 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진우를 보며 바라는 것은 공부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혼자 앉을 수 있고, 혼자 밥 먹고, 화장실 갈 수 있는 것, 그것이었다'며 '무엇도 해내지 못하는 진우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많은 생각 끝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중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진우가 중학교에 입학한 지 보름쯤 지나 1학년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여러 부모님께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고 걷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것에 어머니들은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인사하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이씨는 장애를 가진 아들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깊은 배려를 소개한 뒤 진우 친구들의 사랑도 그렸다.

'진우와 함께 아침에 학교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밝고 건강한 아이들의 외침은 얼마나 듣기 좋은지요. 진우는 학교에 가는 걸 참으로 좋아합니다… 호흡이 짧아 말이 더딘데도 아이들은 말도 잘 걸고 진우의 어눌한 말을 알아듣기도 잘 합니다'.

진우의 1학년 성적은 학급에서 중하 정도. 하지만 성적보다 하루 하루 큰 탈없이 밝게 자라주어 어머니는 행복하다. 그래서 이씨는 이 편지를 '희망'으로 매듭지었다. '진우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는 새로운 희망을 가집니다. 내 아이가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장애를 지녔어도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 글을 읽은 학부모 이모(42)씨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을 훔치며 몇 번씩 읽었다"며 "친구들에게 진우 엄마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변종대 교장은 "진우 어머니의 글을 처음 읽고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면서 "진우를 통해 건강과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배웠다"라고 말했다.

대구 = 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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