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호흡법 고수 무쇠몸 철선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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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장수옥의 아내 '철선녀(鐵扇女)' 김단화는 1970년대 한국의 주간지를 주름잡던 괴력의 여인이었다. 그때의 아름다운 용모는 쉰 나이를 훨씬 넘긴 지금에도 해사한 태깔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70년에 발행된 주간경향에는 작두날을 배 위에 들이댄 무시무시한 사진과 함께 '인왕산서 내려온 괴력의 미니스커트'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김단화는 몸이 약해 절에 요양을 갔다가 국선도의 종조인 청산거사를 만나 호흡법과 기수련을 배운다. 철선녀란 이름은 부채처럼 가벼운 몸으로 쇳덩이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청산이 지어준 것이다. 철선녀는 일단 기를 모아 신체의 어느 부위에 집중하면 그 부위엔 도끼날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마로 송판을 깰 때의 경험을 얘기해준다. "우선 기를 모으면 눈앞에 이미 쪼개진 송판이 보입니다. 그 선견(先見)한 틈새를 향해 이마를 내찧으면 백발백중 송판이 두 조각 납니다."

청산거사와 철선녀는 일본의 텔레비전에 출연해 바윗돌 두개를 배 위에 올려놓고 돌을 깨는 시범과 오토바이에 양 팔을 매달아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리게 해놓고 그것을 끌어당기는 시범, 가슴에 쇠정을 박는 시범 등을 보여 일본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25년을 훌쩍 넘긴 그때의 필름을 최근에 일본에서 돌려받았다. 그리고 그 희귀한 쇼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팔뚝을 내밀며 기자에게 만져보라고 권한다. 만져보니 거기엔 살결 대신 철선(鐵扇)이 하나 펼쳐져 있었다.

김단화는 윤복희보다 더 먼저 이 땅에서 핫팬츠를 입고 돌아다녔다고 장수옥은 자랑한다. 70년대 한 주간지에는 '5악당 클럽'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당시를 풍미하던 다섯 괴짜 미녀에 관한 기사다. '수덕사의 여승'을 부른 가수 송춘희, 구봉서와 함께 '부부만세'에 출연했던 배우 유하나, 현 국회의원 임진출, 디자이너 김청자, 그리고 철선녀 김단화가 그 다섯 여인이다.

장수옥의 외공 중심의 무술에 내공의 위력을 심어준 사람은 바로 그의 아내다. 특공무술이 탄생하게 된 절반의 공로는 아내의 무서운 괴력을 낳은 그 내공에 돌려져야 한다고 장수옥은 서슴없이 말한다. 그녀는 특공무술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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