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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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농지거래가 늘고 있다. 일부 농지값도 오름세로 반전하고 있다. 주5일 근무를 앞두고 서울 근교 전원주택·펜션 수요가 늘어난 데다 농지소유·거래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지거래가 계속 늘 것으로 보고, 투자에 앞서 구입목적과 활용방안 등을 짚어본 뒤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농지거래건수는 8만8천2백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했다. 거래면적(2만2천㏊)도 7.8% 늘었다.

농지거래는 1996년 35만6백건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는 20만5천3백여건에 머물렀었다.

농산물값 하락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농지값도 회복돼 농업진흥지역 밖 밭의 경우 올 4월 말엔 지난해 말보다 2.2% 올랐다.

농림부 관계자는 "도시인들의 주말농장용 소규모 농지 소유를 허용키로 하는 등 농지 소유규제 완화방침이 잇따르자 농지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주말 텃밭으로 사용하거나 전원주택 등을 지으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농지법 개정안은 법제처에서 심의 중이며 국회 심의와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농지거래가 활발한 곳은 주로 서울 근교와 강원도·제주도·충남 일부 등 투자가치가 있는 곳이다. 올들어 4월까지 농지거래면적을 지역별로 보면 제주(1백12%)·경기(56.5%)·강원(12.5%)지역 등이 급증했다. 가격(진흥지역 내 논 기준)도 제주(1.4%)·경기(0.8%)지역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실제 경기도 가평군 현리의 준농림지는 지난해 평당 10만원이던 것이 올들어 12만원으로 올랐다.

충남 금산은 지난해 평당 8만에서 최근 9만원으로 뛰었다.

전원주택·토지 전문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주말 텃밭 개념의 3백~5백평 규모가 인기"라며 " 급매물이 소화되거나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천안 신도시 개발 등 호재가 있는 충남 서산·당진 일대도 수요자들이 몰리며 지난해 평당 5만원에서 요즘 6만원으로 올랐다.

국제자유도시 지정으로 투자자가 늘고 있는 제주지역 농지 가운데는 지난 연말보다 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월드컵 축구장 인근 서귀포시의 농지는 지난해 평당 5만~7만원이던 것이 올해 10만~1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정하우징 박철민 사장은 "새로 개통되는 도로 나들목 주변, 해안가·스키·골프장 주변, 영동고속도로 주변, 전원주택 인기지역인 용인·광주·양평·김포시 등지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경북 등지의 농지는 거래면적이 오히려 감소했고, 농지가격도 충북·전남 등은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지역 편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정철근·서미숙 기자

내년부터 농지법이 바뀌어 도시인이 3백평 이하의 농지를 주말 농장용으로 구입할 경우 소유는 가능하지만 제3자에게 임대를 줄 수는 없다. 당초 제3자에게 임대 놓는 것을 허용하려 했으나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없앴다.

만약 주말농장용으로 쓰다가 전용(轉用)허가를 받아 전원주택 등을 지을 목적이라면 구입 전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국토이용계획상 행위제한이 있을 수 있고 농업진흥지역처럼 농업을 장려하는 곳에선 전용허가를 받지 못해 건축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해당 시·군 단위의 농정과에 들러 해당 농지가 어디까지 개발이 되는지 반드시 파악한다.

간혹 성토를 해도 지반이 약한 농지가 있는데 이때는 주말농장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입을 피해야 한다.

지적도상 도로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도로가 없는 맹지는 진입로에 있는 토지주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만 전용허가가 나온다. 지하수량 파악도 필수사항. 지하수가 없으면 집을 짓지 못한다. 지하수 개발은 지난해까지 신고제였다가 올들어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비용도 종전 50만~70만원에서 6백만~8백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도시인의 경우 외딴 곳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마을과 멀지 않은 곳이 좋다. 마을과 2백m 이상 떨어지면 1m를 초과할 때마다 전기 가설 비용 4만8천4백원과 부가세 10%씩 부담해야 한다.

농지거래는 도시인들에게 생소해 유의할 점이 많으므로 가급적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는 게 좋다. 직거래나 지인(知人)을 통해 매입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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