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하는 ‘용돈협상 3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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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용돈’이다. 하지만 단순히 용돈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경제교육이 될 수 없다. 이티원 황지영 연구원은 “용돈 사용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방법이 수반돼야 돈에 대한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용돈협상 3단계’를 참고해 올 여름방학에는 금융지수를 높여보자.

1단계 용돈 금액 정하기

주성현(경기 광명북초3사진)군은 매주2000원씩 용돈을 받는다. 또래 친구들이 매주 5000원~1만원 정도를 받는데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액수는 부모님과의 합의하에 결정된 것이다. 어머니 송영희(37·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씨는 “나이나 학년에 따라 금액을 정하지 않고 항목에 따라 액수를 정했다”고 말했다. 한 달을 기준으로 주군이 지출을 많이 하는 항목을 미리 정리해보고 적절한 수준에서 상한선을 정한 것. 송씨는 “어린 시절 미리 빠듯한 용돈 관리를 해보면 규모 있는 씀씀이 훈련을 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거나 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는 아빠 어깨를 주물러 주거나 설거지 등 주군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한 후 보너스 용돈을 받는다.

2단계 용돈을 받는 주기(週期)

용돈을 처음 사용하거나 나이가 어려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1주일 혹은 2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 반면 용돈관리가 어느 정도 익숙하거나 고학년인 경우 에는 한 달을 기준으로 용돈을 지급해 장기적인 돈 관리를 하도록 해본다. 하지만 고학년이라도 기분파인 아이들은 큰돈이 생기면 한 번에 써버리기 때문에 1주일 혹은 2주일 단위로 용돈을 지급해 소비습관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

황 연구원은 “인심 쓰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친구에게 뭔가 사주지 않아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용돈기입장을 쓰게 해 자신의 씀씀이를 파악하고 반성해보는 기회를 주라”고 조언했다. 용돈기입장을 쓴 후에는 저축과 간식비, 오락비로 사용한 돈을 결산해보고 친구를 위해 쓴 돈이 도서 구입이나 저축 등 자신을 위해 쓴 비용보다 많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3단계 용돈 사용 규칙 정하기

방학을 하거나 학원에 다니게 되는 등 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는 용돈 액수나 주기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용돈의 조정은 대화를 통해 함께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군도 3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용돈이 더 필요하다’는 합당한 이유를 말하고 액수를 늘렸다. 정해진 용돈 주기를 지키지 못했거나 용돈기입장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을 때는 미리 정해둔 벌칙을 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용돈기입장은 강제로 쓰게 해선 안 된다. 기록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영수증을 모으거나, 매일 저녁 하루 소비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등 다른 방법을 대안으로 택해야 한다. 부모도 정해진 용돈 지급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에 합당하는 벌칙을 받도록 한다.

[사진설명]자투리 동전은 저금통에, 남은 용돈은 통장에 넣는 주성현군.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게임기도 샀다. 요즘은 용돈기입장 적는 재미에 푹 빠졌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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