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정국면 길어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로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19일 종합주가지수가 33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770대로 밀리자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지부진한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연일 시장을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20일 거래소시장에서 2천4백59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반면 개인들이 2천1백9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 하락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44포인트 오른 776.81을 기록했다. 가격 담합 여부를 가리기 위해 미 법무부가 반도체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탓인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천1백56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수 750선은 지켜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작다고 말한다.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4월 18일까지 상승분(4백70포인트)의 34% 가량 이미 떨어졌고, 만약 750선까지 내려앉는다면 40% 가량을 까먹는 셈이라는 것. 그동안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과거 대세상승기에도 주가는 가파르게 오른 뒤 30~40% 가량 조정을 받았었다.

전문가들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는 이렇다. 조만간 쏟아져 나올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 (예상치를 밑도는)전망치 발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외국인은 매도를 지속하겠지만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즉 외국인의 매도세와 개인 또는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팽팽히 맞서 주가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20일 거래소 시장에서 이미 외국인의 매도와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맞붙었다"고 분석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좋은데,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한국 증시가 기력을 상실했다"며 "국내 기업의 실적을 감안하면 현재 증시는 지나친 매도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장 사장은 빠른 반등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 증시 하락에 따른 국내 수급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미국 기업의 실적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고,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미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섣불리 매도에 나서지 말라고 권한다. 또 신규 투자자는 실적이 좋은 대형 우량주와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저가주를 분할 매수하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투신 구재상 대표는 "1~2분기 좋은 실적을 낸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 상황이 좀 어렵더라도 연간으로 따져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현재 주가수준에서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