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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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위쪽)·이혜훈 후보가 8일 오후 강원도 홍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강원권 비전발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홍천=김형수 기자]

18대 국회엔 11명이 가입한 ‘조직’이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정태근, 민주당 우제창·강기정 의원 등이 멤버인 이 조직은 ‘82학번 국회의원 모임’이다. 이 모임엔 두 명의 여성도 있는데, 한나라당 나경원(서울 중)·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이 주인공이다. 서울대 동기이자 재선 동기인 두 사람은 지금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경쟁자로 뛰고 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두 사람은 친했다. 법학(나 의원)·경제학(이 의원)으로 전공은 달랐지만 어울려 식사도 하고, 도서관도 같이 다녔다고 한다. 둘에겐 부친이 군인 출신이란 공통점도 있다. 졸업 후 나 의원은 판사로, 이 의원은 경제학 박사로 따로 떨어졌다가 2002년 대선 전 여성 인재를 찾던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 나란히 영입됐다. 나 의원은 여성 정책을, 이 의원은 보건복지 정책을 담당했다. 둘은 2004년 17대 총선에 나란히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나 의원은 비례대표, 이 의원은 지역구였다. 하지만 둘의 사이가 껄끄러워진 건 이때였다. 이 의원은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이던 나 의원이 자신의 공천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나 의원은 도와줬는데도 욕을 먹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경선 때 둘은 결정적으로 다른 길을 갔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하지만 당 대변인이던 나 의원은 어느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가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출된 후 이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자연스레 이 의원은 친박, 나 의원은 친이 성향으로 분류됐다.

이번 전대에서 둘은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의원이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반면 나 의원은 후보등록 마감일(4일)에야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친박 후보인 나의 지도부 입성을 막으려 ‘오더’에 의해 전대에 나오는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나 의원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당원들의 권유에 따라, 2년 전 정권을 만들 때의 초심에 따라 나왔다. 친박 진영에서도 권유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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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표를 겨냥해 이 의원은 ‘경제통’ 이미지를, 나 의원은 ‘구원투수’ 컨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8일 강원 지역 비전발표회에서 이 의원은 “많은 사람이 화합을 얘기하는데 나는 경제로 화합하겠다. 경제 살리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나 의원은 “국민에게 친화적인 나를 소통의 도구로 써 젊고 매력있는 한나라당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현행 당헌·당규는 선출직 최고위원 다섯 자리 중 한 자리를 여성 몫으로 배정하고 있다. 둘의 경쟁이 더 뜨거운 이유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①
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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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64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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