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이 우선" 시험·회갑연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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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페인과의 월드컵 8강전이 열리는 22일 전국의 거리는 사상 최대규모의 국민응원단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전광판 주변이 단순한 응원뿐 아니라 축제장화하면서 길거리 응원을 준비하는 직장과 모임들이 크게 늘고 있고,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다.

관심이 온통 우리팀의 4강행 여부에 쏠리자 학교에서는 기말시험을 연기하는가 하면, 이날 오후로 예정된 각종 가족행사 및 레포츠 일정이 취소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길거리 응원 5백만명 넘을 듯=조 예선 폴란드전 때 70만명 정도였던 전광판 길거리 응원단 규모는 한국팀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는 4백20만명에 이르는 등 경기 때마다 배가되는 추세다.

붉은 악마가 중심이 됐던 길거리 응원단은 이제 단순한 응원장이 아닌 전국민 축제의 장이 되다시피 해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 때는 5백만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응원도 하고 축제 분위기도 즐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화여대 교직원 김애나(39·여)씨는 "그동안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응원을 해보니 아이들에게 이런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으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형 전광판 3개를 설치했던 서울시는 이날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을지로입구 쪽에 전광판 한개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시험 연기=한국전 시청이나 관람으로 학업에 소홀해진 학생들 때문에 시험 일정을 조정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입시학원은 한국전이 열리는 날 아예 휴강하고 있다.

서울 강서고는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기말고사를 다음달 5일로 연기했다.

여의도중·배화여중·상봉중 등도 당초 이달 말 시작할 예정이었던 기말고사를 다음달 3~5일로 미뤘다. 서울 가락고는 22일의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결과를 보고 시험일정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과 스페인 경기를 비롯해 한국전을 볼 수 있도록 기말고사를 늦춰달라는 학생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월드컵으로 인한 성적 하락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학교측에 시험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스페인전이 열리는 광주시 초·중·고교는 이날 전면 임시휴교에 들어갈 방침이다.

◇약속 취소=돌·회갑연 등 가족행사까지 일정을 바꾸고 있다.

이날 오후 강남웨딩홀에서 예정됐던 4건의 돌·회갑연은 각각 경기 전·후일인 21,23일로 옮겨졌다.

또 경기 시간과 겹치는 각종 행사 및 골프·등산 등 레포츠, 동창회 등 주말 모임도 축구경기에 밀려 일정이 조정됐다.

22일 오후 2시 배낭여행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예정했던 '신발끈' 여행사는 참가자들로부터 축구경기 시청을 위해 설명회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전화가 빗발치자 다음날로 연기했다.

인터넷 골프부킹 대행업체 'SBS닷컴'엔 평소 토요일 낮 12시~오후 4시 시간대에 30~35건의 예약이 몰렸지만 22일에는 회원 예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정용환·홍주연·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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