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CEO 328명 "한국 경쟁력 美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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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규제·감시 위주의 경제정책과 비효율적인 대학교육을 꼽았다. 이들은 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는 정보기술(IT)뿐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www.fki.or.kr)는 19일 매출액 기준 1천대 기업의 CEO 5백명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조사해 펴낸 'CEO가 본 한국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에는 롯데 신동빈 부회장,KT 이상철 사장,우리은행 이덕훈 행장,LG홈쇼핑 최영재 대표 등 3백28명의 CEO가 응답했다.

CEO들은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는 미국이며,한국은 미국의 54% 수준밖에 안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대학교육 등 인적자원 부문과 정치·행정시스템 등 공공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의 46%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공무원은 관료적이며 시의적절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들은 기업지원 마인드가 없고, 규제를 심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권과 정부 등 공공부문의 낮은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후된 대학교육 시스템 때문에 인적자원 경쟁력이 낮고 외국어 구사능력이 부족해 글로벌기업화에 장벽이 되고 있다며 영어를 제2공용어로 삼는 등 획기적인 외국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급 관리자와 금융·통상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학 커리큘럼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이공계 인력공급구조가 취약하며, 경영학 석사(MBA) 등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노사문제도 경쟁력 저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노동윤리의식이 부족하며, 미성숙한 노사관계와 법집행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식했다.

기업의 IT 활용과 인프라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평가됐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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