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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선심人事 너무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퇴임을 10여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 사람 챙기기'식 승진·전보 인사를 강행해 곳곳에서 당선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방선거 후 단체장 교체기를 눈앞에 두고 지자체마다 예고된 인사 태풍으로 술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논공행상이나 편가르기식 정실인사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크다.

퇴임을 앞둔 단체장의 인사로 물의가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자제토록 한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어기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 곳은 경기도(21명)·광주직할시(2명)·여수시(29명)·고흥군(1백17명) 등이다. 고흥군의 경우 승진이 56명에 이르는 등 군수 재임기간 중 최대 규모다. 이같은 인사는 후임자의 몫을 가로채는 몰염치한 짓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공정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인사 대상자 중엔 단체장의 선거를 도와줬던 측근이나 동향 출신 등도 포함돼 있어 특정인 챙기기란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선자 측은 "원천 무효 인사"라며 취임 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현행 지방공무원법상 직위별로 1년 이상의 전보 제한 기간을 두고 있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새 단체장이 취임한 후에도 문제다.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자체마다 공무원들이 극심한 줄서기에 내몰려 '네편''내편'으로 갈렸던 후유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명 가운데 9명, 기초단체장 2백32명 가운데 1백33명이 바뀌어 물갈이 폭이 컸던 만큼 인사도 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논공행상 인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떠도는가 하면 반대편에 줄을 섰던 사람들의 살생부까지 나돌아 공무원 사회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인사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정실·보복인사로 점철될 경우 공직기강이 흐트러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 또한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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