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좌청룡' 낙산 33년만에 제 모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의 '좌청룡' 낙산이 33년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대학로에서 불과 5분 거리인 종로구 동숭동 낙산 일대는 1969년에 들어선 시민아파트가 노후하면서 도시의 대표적인 흉물로 전락했다.

이에 서울시는 99년 말부터 7백억원을 들여 낡은 아파트 30개동과 단독주택 1백76개동을 철거하고 4만6천평 규모의 낙산공원을 복원해 최근 개장했다. 남산에 이어 제 모습을 찾은 낙산이 도심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낙산의 역사=대학로에서 낙산을 바라보면 볼록한 산등성이가 눈에 띈다.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옛부터 '낙타산' 혹은 '낙산'으로 불리웠다. 또 조선시대 궁중에 우유를 공급하던 소를 키우던 곳이어서 우유의 별칭을 따 '타락산(駝酪山)'이라고도 불렀다. 궁궐과 가까워 낙산계곡을 중심으로 조정 신료들이 많이 모여 살던 곳이다.

그러나 나무가 울창하던 낙산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벌거숭이로 변해갔다.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의 판자촌이 낙산을 덮어 달동네가 됐다. 60년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서민아파트 41개동이 들어섰으나 오랜 기간 부실관리로 슬럼화하고 말았다.

◇4대문 안이 한눈에=낙산공원에 오르면 4대문 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종로의 웬만한 고층 빌딩도 굽어보인다. 남산이나 북한산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과 또다른 풍경이다. 동쪽으로 도성의 '우백호'로 불리는 인왕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낙산이 '좌청룡'임을 실감케 한다.또 왼편의 남산과 오른편의 북한산이 남주작·북현무 구도를 확인시키며 마주서 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

낙산공원에는 동대문에서 혜화문으로 연결되는 2.1㎞의 옛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벽에 올라 조선시대 도성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다.

◇주변의 볼거리=종로구와 동대문구,성북구에 걸쳐 있는 낙산공원 주변에는 볼거리도 다양하다.가까운 대학로에서 연극을 즐긴 다음 가벼운 산책과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면 낙산공원을 찾을 만하다.

또 공원 성벽에서 성북구 삼선동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정승 유관의 저택 '비우당'이 나온다. 비우당이란 명칭은 비가 올 때 방안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비를 피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화장도 낙산공원과 맞닿아 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4일부터 낙산공원에서 역사탐방 교실을 열고 있다. 옛 낙산과 도성에 얽힌 이야기, 성곽의 축조 방법과 특성 등에 관해 매주 1회 탐방 교실을 운영한다.

전화(743-7985~6)나 인터넷(www.parks.seoul.kr)으로 예약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