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고맙다 월드컵" 개막전 이후 판매량 급증… 제3TV시대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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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디지털TV의 보급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흑백·컬러TV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흑백TV는 텔레비전방송이 시작된지 15년 여 후 대중화했다. 우리 나라 TV방송은 1961년 시작됐으나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흑백TV는 중산층의 안방을 차지했다.

브라운관 (CRT) 방식의 컬러TV는 대중화하는데 7~8년이 걸렸다. 1980년 컬러TV방송이 시작됐으나 컬러TV의 보급은 1980년 중반 이후 급속 확산됐다.

디지털TV는 이와는 양상을 달리한다. 디지털방송은 지난해 9월 시험방송에 이어 11월 수도권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디지털TV의 보급은 올들어 급속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지털TV는 일부 상류층이나 매니아들이 즐기는 사치품에 속했다. 그러나 올들어 안방극장의 필수품으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FIFA 월드컵이 수훈 갑이다. FIFA 월드컵이 제 3 TV시대 즉, 디지털TV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디지털TV 판매량을 보자.전자산업진흥회 집계 결과 1월 3만9천9백여대, 2월 4만3천3백여대, 3월 5만7천3백여대, 4월 4만7천여대로 판매는 점증했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둔 5월에는 7만5천여 대가 팔려 4월보다 무려 60%가 늘어났다.

"지난 4월에는 HD(고선명)급 디지털TV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로 늘어났다. 특히 5월 들어 월드컵 평가전이 잇따라 열리자 판매는 더욱 늘었고 6월 월드컵 경기가 본격화되자 디지털 TV를 비롯한 디지털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테크노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에어컨 등 여름 가전이 잘 나가야할 때인데도 이 보다 디지털 영상가전이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문납기를 맞추기 위해 30여 명으로 월드컵 출고반을 구성할 정도다. 오후 10시까지 잔업을 하고 쉬는 토요일도 근무하는 등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한국 대표팀과 잉글랜드 팀과의 평가전 이후 디지털 TV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PDP(벽걸이형 TV)는 지난해 동기의 2.5배, 프로젝션TV는 3배로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5월 들어 PDP TV 70%, 프로젝션 TV 1백20%,CRT 디지털TV는 2백70%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49,56인치 프로젝션 TV의 경우 월드컵 판촉이벤트 등 영향으로 재고가 바닥나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전자랜드에서는 디지털TV가 3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백4%, 4월 1백69%, 5월 2백43% 늘어났다.

하이마트에서는 지난해 5월 HDTV 12대, 프로젝션TV 9백50대가 팔렸다. 그러나 올 5월에는 각각 6천2백3대, 3천대가 팔렸다. 이 달에는 국내에서 모두 5만5천 여대의 디지털TV가 팔릴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이다.

올해 국내 TV수요는 2백30여만 대. 이중 30%인 70여만 대가 디지털 TV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7백만~1천4백만원이나 하는 PDP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디지털TV 수요자는 20~30대 매니아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40~50대가 많아 대중 보급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PDP 특소세율이 내린 것도 보급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가전 업계는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디지털TV 라인업을 강화하고 판촉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여개 모델의 디지털 TV를 출시 중이다. 가격은 1백30만원대에서 2천2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LCD TV는 15인치에서부터 17,22,24,29,40인치까지를 양산하고 있다. PDP의 경우 42,50,63인치를 내놓고 있어 플랫 패널 TV에서 15인치에서 63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28개 모델의 디지털TV를 출시하고 있다. 월드컵이 디지털TV 판매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올 들어 꾸준히 이벤트를 해왔다. 추진했거나 진행중인 이벤트는 20여 가지나 된다.

대우전자는 '써머스'브랜드 8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가격은 95만원에서 6백48만원까지다. 대우는 30~36인치의 보급형 브라운관 방식 HDTV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다.

아남전자는 10개 모델을 시판 중이다. 29인치가 5개 모델로 가장 많다. 42인치 PDP도 1개 모델을 내놓고 있다. 월드컵에 대비, 4월과 6월 신 모델을 내놓았다. 7월과 9월에도 새 모델을 출시한다.

조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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