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職 안늘고 임시職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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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5월 중 고용동향은 겉으로만 보면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달 실업률(2.9%)은 정보기술(IT)붐으로 경기가 정점을 이뤘던 2000년 5월(3.7%)보다 낮다. 수치상으론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고용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임시·일용근로자의 비중은 52.4%로 전달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엔 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54%에 이르렀으나 기업·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가 겹치면서 지난달엔 47.6%로 낮아졌다.

또 지난달 취업자 수가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상용근로자는 전달에 비해 늘어나지 않았다.

대신 임시근로자(1.8%)·일용근로자(1.0%)와 가족이 하는 자영업을 도와주는 무급 가족종사자(1.6%)만 증가했다.

임시·일용직의 경우 취업을 하더라도 임금이 정규직의 60~70%에 불과한 데다 1년 미만의 고용계약을 한 경우가 많아 생활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고용을 확대하는 것보다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법적·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 문제도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1만3천명 정도 늘었지만 30대는 오히려 1천명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0대 취업자는 1만4천명, 30대는 4만1천명이 감소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실직하는 이유도 경제 전반의 문제보다 개인적인 사유가 늘고 있다.

1년 미만의 실업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시간·보수 등 개인적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지난해보다 12.7% 증가했다. 반면 정리해고와 직장의 휴·폐업으로 인한 실직은 지난해보다 45.5%, 46.2% 줄어들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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