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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害 외래동물 '청거북' 팔당호 길목'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환경부가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동물로 지정한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이 팔당호로 흘러들어가는 한강 지류인 경안천과 곤지암천 일대를 점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환경연구원과 서울여대 이창석 교수는 지난해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의뢰로 경안천·곤지암천 일대 양서·파충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조사 구간 중 4개 구간에서 붉은귀거북이 집중 서식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서하리 일대에서는 조사지점마다 3~12마리가 발견돼 조사팀을 놀라게 했다.

반면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된 한국산 양서·파충류는 청개구리·참개구리 등 4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녹색연합이 경북 울진군 왕피천에서 28종의 국내산 양서·파충류가 관찰됐다고 보고한 것과 비교하면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먹이와 서식지 등에서 붉은귀거북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라·남생이 등 한국산 파충류가 경안천·곤지암천에서 전혀 관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지역이 한국산 파충류의 서식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붉은귀거북이 급속히 번식하고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토종 야생동물의 서식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남부지역이 원산지인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부터 애완용으로 수입돼 한때 한해 1백만마리까지 들어왔었다. 환경부는 국내에 천적이 없어 우리 고유의 물고기나 수서곤충·양서류 등을 잡아먹으면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생태계 위해 외래동물로 지정해 수입을 금지했다.

붉은귀거북은 서울 등지의 도심 공원과 호수에서 서식이 확인된 바 있지만 한강 주요 지류의 수중 생태계를 장악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 뒤쪽에 붉은 줄이 있는 붉은귀거북은 20~40년까지 살고 다 자라면 몸체 길이가 12~20㎝에 이른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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