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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40년 고속도로가 미래 바꾼다 ③ 미래의 도로 일본 IT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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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달 24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수도고속도로(首都高速道路)의 신주쿠선. 첨단 시험장비를 장착한 자동차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석 왼편에는 내비게이션용 모니터와 교통정보 수신 안테나가 눈에 띄었다. 차가 달리는 동안 모니터에는 주변 도로 상황이 1분 간격으로 지도 위에 표시됐다. 붉은색은 정체, 노란색은 지체, 녹색은 원활이었다.

일본 도쿄의 수도고속도로(주) 상황실. 대형 스크린과 수십 개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도로 상황을 파악한다. 사고가 나면 가장 가까운 폐쇄회로TV(CCTV)가 해당 차량과 장소를 자동으로 비춰준다. [도쿄=강정현 기자]

수도고속도로㈜의 히로시 구로시마 과장은 “도로변 곳곳에 설치된 정보발신장치를 통해 교통 상황이 곧바로 차에 전달된다”며 “실제 교통상황을 감안한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도 바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가이엔 부근을 지나기 1㎞ 전, 모니터에 사진 한 장이 떴다. 가이엔 부근의 소통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히로시 과장은 “현재 시험운영 중으로 5㎞·10㎞ 전방 사진도 전송 가능하다”며 “운전자는 사진을 확인한 뒤 우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첨단 시스템이 DSRC(단거리집중통신시스템·Dedicate Short Range Communication)다. 사진 등 대용량 교통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DSRC를 이용해 주차비와 주유소 기름값 등을 자동 정산하는 기능도 구축 중이다.

첨단 DSRC 시스템을 통해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전송된 전방 1㎞ 도로의 소통상황 사진.

전 세계적으로 ITS(첨단지능형교통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 개발이 한창이다. 도로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도로를 최대한 정체 없이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목적에서다. 일본은 특히 ITS 분야에서 선두주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VICS(차량정보통신시스템·Vehicl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System)다. 96년 도쿄와 오사카 부근 도메이·메이신 고속도로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찰청과 고속도로 회사들에서 보낸 실시간 교통상황을 VICS 센터에서 가공한 뒤 도로변의 정보발신장치를 통해 자동차에 보내주는 방식이다. VICS 수신장치는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형태로 판매되며 현재 2800만 대가 보급됐다. 일본 전체 자동차 8000만 대의 35%가량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전방 200㎞, 일반도로에서는 전방 10㎞와 후방 1㎞의 교통상황을 거의 1분 간격으로 알려준다. 사고, 공사 등으로 인한 교통통제 상황도 전송해 준다. 정보발신장치는 고속도로에 약 3000대, 일반도로에는 5만 대가 설치돼 있다. VICS 센터의 이케다 미치마사 상무는 “VICS 도입으로 주행시간은 최대 20%, 연료비는 10%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CO2 배출량도 연간 214만t이 감소됐다”고 말했다.

통행료자동정산시스템(ETC)을 단 차량만 통과 가능한 스마트 IC도 시험 운행하고 있다. 도쿄 동쪽 지역의 동일본고속도로 관내에만 29곳이 설치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1개가 운영 중이다.

동일본고속도로㈜ 미쓰이시 아키라 대리는 “스마트 IC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기존 IC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 추가 설치가 쉽다”고 말했다. 새 시스템 개발도 한창이다. 차량별 정보를 수집한 뒤 전방의 차량 진행과 도로 합류 여부 등을 알려줘 사고를 방지하는 DSSS(안전운전지원시스템·Driving Safety Support System)도 시험 중이다. 앞차의 움직임에 맞춰 뒤차가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자동대열 주행’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도로신산업개발기구의 스즈키 가쓰무네 상무는 “자동대열주행에 성공한다면 자동차의 완전자동주행기술 개발도 가능해진다”며 “일반인은 물론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안전하고 편하게 도로를 오갈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도쿄(일본)=강갑생 기자
사진=도쿄=강정현 기자



와타나베 ITS 일본 회장 “도로와 차 서로 정보 공유 … 자동운전 귀가 시대 올 것”

“말이 주요 교통 수단이었을 때는 깜빡 졸아도 알아서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앞으로는 도로와 자동차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 가능한 세계가 올 것입니다.”

와타나베 히로유키(67·사진) ITS 일본(JAPAN) 회장은 도로 교통의 미래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ITS 일본은 첨단교통기술 관련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 비영리법인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와타나베 회장은 도요타 자동차의 기술부문 중역이다. 일본의 첨단교통 시스템 연구 현황과 계획을 들어봤다.

-일본은 ITS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

“ 경제가 발전하면 통행거리가 늘고 자동차가 증가한다. 교통사고도 많이 생기고 정체와 환경 문제도 발생한다. ITS는 안전과 환경, 정체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ITS 덕에 교통사고가 줄고 CO2 배출도 감소했다.”

-일본에서는 VICS가 많이 보급돼 있다.

“VICS는 세 가지 유형의 통신시설과 자동차가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보급이 증가했다. 도입 당시 가장 큰 문제는 교통 정체였다. 그래서 주변 도로의 실시간 교통 상황을 운전자에게 바로 알려줘 정체를 피하고 돌발상황에 대응토록 하자는 목적이었다.”

-새로 연구 개발 중인 ITS 시스템은.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브 길에서 차량이 고장났을 경우 차량 스스로 상황을 정보센터에 보내 뒤따르는 다른 차량들이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ITS SPOT’ 시스템이 있다. 또 차량에 교통신호나 다른 차량 접근 상황 등을 미리 알려주는 DSSS(Driving Safety Support System)도 도쿄와 요코하마 일부에서 시험 중이다.”

-일본 ITS의 미래상은.

“차가 발명된 지 110년 정도 됐다. 하지만 자동운전은 아직 안 되고 있다. 운전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장애인들은 말이나 가마 타고 다니던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서 첨단 ITS 기술로 누구든지 편하게 이동 가능한 세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도쿄=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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