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창 겨눈 오렌지 군단 전승 우승 앞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4강전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세 번째 골을 넣은 특급 골잡이 아르연 로번.

◆수비 보강=2006 독일 월드컵 16강 탈락 후 네덜란드 축구의 실력자 요한 크루이프는 보수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을 네덜란드축구협회에 천거했다. 70년대 ‘아름다운 축구’를 세상에 알린 크루이프가 월드컵 우승에 목마른 자국 팬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사령탑에 오른 판마르베이크 감독의 걱정은 수비에 있었다. 공격라인은 차고 넘쳤다. 재기 넘치는 공격수들을 세대마다 배출해 온 건 ‘축구 강소국’ 네덜란드의 전통이었다. 반면 수비수가 인기 없는 네덜란드에서는 거물급 공격수에 버금갈 수비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답은 미드필드였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기존의 베테랑들에게 수비라인을 맡기고 미드필드는 보강해 1차 저지선을 강화하기로 했다. 네덜란드판 ‘두 개의 심장’ 니헐 더용(맨체스터시티)의 운동량은 믿을 만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자리가 고민이었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자신의 사위 마르크 판보멀(바이에른 뮌헨)을 불러들였다. 서른세 살, 전성기는 지났지만 투쟁심만은 여전히 유럽 최고였다. 마르코 판바스턴 전 대표팀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판보멀은 장인의 요청에 두 말 없이 백의종군했다.

네덜란드가 공격 제일주의에서 실리 축구로 3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은 4강전에서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를 어깨에 들쳐 메고 승리를 만끽 하는 욘 헤이팅아. [케이프타운 AFP=연합뉴스]

◆토털사커에서 지구전으로=전투력이 강화된 미드필드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이기는 축구에 적응해 갔다. 우루과이와의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변화는 단적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는 서두르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지속적으로 싸움을 벌이며 상대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판보멀은 경고 누적으로 빠진 더용의 공백까지 메우며 선봉에 섰다. 레드카드를 받을 만한 거친 태클도 불사하며 팀을 이끌었다. 뒷문이 탄탄해지자 네덜란드의 전통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뛰어난 공격수들이 창을 들고 앞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1-1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5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 5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3분 뒤 또 한 명의 특급 공격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헤딩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월드컵 예선과 본선 전승을 기록한 네덜란드는 이날 승리로 최근 10연승을 내달렸다. 2008년 9월 이후 25경기째 무패 행진이다. 케이프타운=장치혁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