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전차군단 "8강 앞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6강 첫 경기답지 않게 맥빠진 졸전이었다. 양 팀 모두 이기겠다는 의지보다는 지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E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독일에게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여덟 골을 터뜨렸던 막강한 공격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드필더 디트마어 하만과 카르스텐 라멜로 등이 경고누적과 퇴장 등으로 결장한 탓인지 단조로운 중앙돌파에 의존하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독일은 전반 4분 올리버 뇌빌의 코너킥을 받아 토마스 링케가 위협적인 슛을 날렸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측면 돌파나 날카로운 공간 침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골 결정력 부족으로 전반 45분동안 골문을 향한 슛은 단 한개도 없었다.

수비에 치중하던 파라과이 역시 간간이 역습을 펼쳤지만 조별리그 때 보여줬던 빠른 몸놀림이나 날카로운 공격은 사라지고 없었다. 교체 멤버로 출전한 호르헤 캄포스가 전반 37분 날린 중거리 슛을 제외하고는 독일의 수비에 막혀 공격다운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끝낸 양팀의 무기력한 경기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맥빠진 경기에 실망한 3만여 관중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단조로운 플레이는 변함이 없었다.

대회 첫 연장전이 예상되던 후반 43분. 독일은 공격수 뇌빌의 슛 하나로 승부를 갈랐다. 파라과이 오른쪽 진영을 파고 들던 베른트 슈나이더가 낮게 크로스하자 뇌빌이 뛰어 들며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 마침내 결승골을 터뜨렸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파라과이는 이후 급하게 독일 문전으로 대시했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파라과이는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해 두 골을 터뜨렸던 넬슨 쿠에바스를 뒤늦게 투입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경기 내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 패인이었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선전을 펼치며 '전차 군단'의 위용을 되찾는가 했지만, 이날만큼은 '녹슨 전차'에 불과했다. 16강전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파라과이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독일은 21일 울산에서 멕시코-미국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한편 이번 대회 최고령 감독인 파라과이의 세사레 말디니(70)감독은 "이 경기가 감독으로서 나의 마지막 A매치가 됐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서귀포=정제원·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