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대~한민국" 밤새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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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토록 기쁘고 황홀할 수 있을까. 심장이 터질 듯 통쾌하고 후련했다.

박지성의 통렬한 슛,그리고 태극전사들의 파상공세 속에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길거리에서, 가정에서, 술집에서 국민은 일제히 화산처럼 폭발하며 격정과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전국의 거리는 붉은 물결과 태극기로 덮여 밤새 축제의 장으로 변했고 국민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길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날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전국 2백23곳의 길거리 응원 장소에는 지난 10일 대(對)미국전 때의 세배가 넘는 2백78만명(경찰 추산)이 몰려 나와 16강행을 응원했다.

◇축제마당 된 길거리 응원장=시청앞 광장 47만명,광화문 네거리 45만명. 곳곳에서 인파 규모는 신기록을 세웠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응원장마다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서로 얼싸안은 채 펄쩍펄쩍 뛰며 "박지성" "히딩크" "가자 8강-"을 잇따라 외쳐댔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어나 서로 얼싸안고 함성을 질러댔으며, 폭죽을 터뜨리며 "우리는 해냈다" "가자 8강으로"라며 목청을 높였다. 일부 학생은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열차놀이로 흥을 돋우기도 했다.

시청 앞에서 붉은 악마 셔츠 차림으로 응원한 전직 내과의사 김기일(73·강남구 청담동)씨는 "우리 국민이 해냈다. 이런 감격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로 응원장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시각장애인 세명도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우리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한대영(44)씨는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황선홍·유상철·이영표 선수의 모교인 건국대는 오후 6시30분부터 보컬그룹과 대학 풍물패 등이 출연해 대운동장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승리의 행진=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 광화문·대학로 일대 등 전국 주요 도로는 수십만명의 시민으로 뒤덮였다. 전광판 응원장과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만 인파는 종각에서 종로5가까지 왕복 8차로 차도를 가득 메운 채 폭죽을 터뜨리고 "대~한민국"등을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상인들도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차를 타고 가던 시민들도 차에서 내려 행진에 동참했다.

인파 중간에 멈춰선 차량들도 "대~한민국"구호에 맞춰 경적을 울렸고 버스 안의 승객들은 창문 밖으로 얼굴과 손을 내밀며 인파들에 화답했다. 시청 일대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무교동·소공동·서소문·북창동 등 골목길 등을 누비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곳곳에서 '짜작~짜~작작' 리듬에 맞춘 자동차 경적, 태극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오토바이, 거기에 화답하는 "대~한민국" 구호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은 술파티가 벌어졌고,일부 업소는 공짜 술을 제공하며 흥을 돋웠다.

5만명이 모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상당수 응원단들이 감격에 못이겨 바다로 뛰어드는 등 온통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아파트촌도 불야성=한국팀의 16강 진출이 결정되자 아파트에선 주민들이 일제히 베란다로 나와 "대~한민국"을 외치는 풍경도 연출됐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에선 경기가 끝난 직후 한 주민이 베란다로 나와 "대~한민국"을 선창하자 다른 집에서도 일제히 나와 호응해 1천4백여가구 아파트 단지 전체가 한동안 떠나갈 듯한 분위기였다.

이승녕·성호준·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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