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후보들 '기대 이하'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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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6·13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 바람'을 표방하며 대거 시민후보를 내세웠으나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후보들에게 우호적인 젊은층의 투표율이 저조했던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정당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2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지방선거 시민연대'는 이번 선거에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3명 등 모두 8명의 후보를 출마시켰으나 전원 낙선했다. 득표율도 낮아 가장 선전한 후보가 24%에 지나지 않았다.

대구시민연대는 당초 대구시장 후보로 이재용(무소속)후보를 추천할 예정이었으나 李후보 캠프에서 "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시민연대 김동렬 사무처장은 "지방선거가 지역정서에 매몰돼 시민후보가 설자리를 잃고 제3세력으로 부각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유일하게 시민단체들이 연대, 광역의원·시의원 등 11명의 후보를 낸 포항에서는 이동걸(대송면)·박경렬(흥해2) 당선자 등 2명의 시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포항시민연대는 이호진 집행위원장은 "상대 후보가 조직·금품 선거운동을 하는 바람에 막판에 시민후보가 밀렸다"고 분석했다.

홍성참여연대·홍성YMCA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홍성지방자치개혁연대는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군수와 군의원 후보 4명을 냈으나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홍성군수에 도전한 이두원(홍성자치연대 회장)씨는 최하위의 득표율로 낙선했으며 홍성군 기초의원 후보로 조성미(여·참교육학부모회 홍성지회장)·정일진(홍성농민회 사무국장)씨가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강원도 춘천시의원에 출마한 정명섭(춘천환경운도연합 사무국장)씨는 춘천시내 6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추대했으나 3위로 낙선했다. 김학기(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이승렬(전 전국농민회 강원도의장)씨도 시의원 도전에 실패했다. 또 이동기(반부패국민연대 속초지부 사무국장)씨는 속초시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하는 등 강원도 내 시민단체들이 추대한 후보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번 선거에 광역의원 6명과 기초의원 26명 등 모두 32명의 후보를 낸 전북지방자치 개혁연대는 기초의원만 8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고양환경운동연합·고양여성민우회 등 고양지역 30여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은 '고양시민행동 연대기구'를 구성, 고양지역 지방선거에 시장을 포함해 도의원 1명, 시의원 14명 등 16명을 출마시켜 전국 최연소 시의원 당선자인 김혜련(25·여·화정2동)씨 등 8명이 시의원에 당선되는 선전을 거뒀다.

이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여러차례 중앙단체들의 원정 유세 지원을 받았고 환경친화적인 아이디어와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선거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변화와 새로운 정치실험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욕구를 적극 수용해 앞으로 녹색·환경 도시를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지역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익진·황선윤·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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