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맙다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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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 전 양국 국가가 연주될 때 태극기와 폴란드 국기가 붙여진 '새로운 국기'가 대전 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한곳에 나붙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폴란드 선수들의 유니폼은 하얀 상의에 붉은 팬츠, 같은 시간 인천의 포르투갈전에서 한국팀이 입은 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대전의 관중은 '붉은 전사'들을 응원하듯 폴란드를 열렬하게 성원했다.

이런 국민적 염원이 폴란드 선수들에게 전달됐을까. 2패로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가 14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D조 최종전에서 미국을 3-1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자존심을 세웠다.

이토록 잘 하는 선수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폴란드는 이날 펄펄 날았다. 지난 두 경기와 전혀 달랐다. 주전 GK 두데크가 결장하고, 주전 수비수 하이토와 바우도흐가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만 해도 폴란드가 혹시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나 우려됐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폴란드는 경기 시작부터 미국을 압도했다. 전반 3분, 그동안 잠자고 있던 '흑진주' 올리사데베가 상대 골에어리어 부근에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슈팅한 볼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민첩한 제2동작으로 다시 오른발 슛, 미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2분 뒤, 폴란드는 이번엔 미국의 왼쪽을 돌파했다. 미드필더 크시누베크가 재빠르게 왼쪽을 파고들면서 땅볼로 크로스하자 가운데로 들어가던 크리샤워비치가 왼발로 논스톱 슛,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부터 미국은 총공세를 폈다. 그러나 두터운 폴란드의 수비진에 별무소득이었다. 측면 돌파가 이루어지지 않자 미국은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걸었다. 13분 매시스, 37분 레이나, 44분 오브라이언이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으나 폴란드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폴란드의 역습에 미국은 쩔쩔맸다. 폴란드는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제브와코프가 왼쪽에서 날아온 센터링을 헤딩슛, 점수는 세골차로 벌어졌다. 미국은 후반 38분 도너번의 만회골로 간신히 0패를 모면했다.

○…한편 미국팀 주장 클라우디오 레이나는 경기 후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어 미국이 16강에 진출하게 된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대전=최민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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