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기업 성공 이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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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상하이=김동섭 기자] 중국 경제발전의 상징인 상하이(上海) 푸둥지구. 30층 이상 고층 빌딩 숲 사이의 거리를 오고가는 중국 택시를 보면 10대 중 9대 정도는 폴크스바겐 마크를 달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중국 정부와 5대5로 합작해 1985년에 설립한 상하이대중기차(上海大衆汽車)가 생산해 낸 '산타나'와 '파사트' 등이다.

현재 이 회사가 매년 25만대 가량 판매한 승용차의 중국내 점유율은 52% 가량 된다. 중국에서 다니는 승용차 2대 중 1대는 상하이대중기차가 생산했다는 것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올해 초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상하이로 옮겼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4월 2009년에 끝나는 중국과의 합작 기간을 20년 더 연장했다.

자동차뿐 아니다. 상하이가 2010년 세계무역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건설 중인 초대형 전시장도 대부분의 기자재가 독일제다.

상하이 지하철역인 룽양루에서 푸둥국제공항까지 7분 만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도 독일의 지멘스가 합작회사를 만들어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자동차·대형전시장·자기부상열차·항공기 수리회사·화학공업·기계류 업종 등에서 독일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에서 활약 중인 독일 기업들=상하이대중기차는 중국 전역에 2천여개의 특약판매점과 4백여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91년 산타나를 생산할 당시 중국 자동차 산업은 공백상태였기에, 생산 시작 후 단기간에 1백50만대를 공급했다.

이 회사 장지신(張繼新) 총경리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0년이면 연간 2백만~3백만대의 수요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매년 1백만대 이상을 공급해 시장점유율 50%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시는 2010년에 완공할 예정으로 면적 20만㎡의 대형전시장인 '상하이 신국제 박람중심'을 건축중이다. 201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전시회 건립 비용만 4억달러 규모다. 지난해 10월에는 5만㎡ 규모의 1기 공정을 끝냈다.

상하이시에는 전시면적이 2만㎡를 넘는 대형전시장만 24곳이 있으며, 올해 확정된 전시회가 2백60회에 달한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화학공업·기계업종 등에서 중국 정부나 기업과 합작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바스프가 양저우(陽州)에 합작공장을 건설했다. 상하이가 11억달러를 들여 만들고 있는 도시 구간 자기부상열차도 상하이 정부와 독일 지멘스가 함께 건설 중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지화 전략=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8년간 공을 들였다. 85년 법인을 설립했으나 그전 8년 동안 중국 정부와 기업들에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독일어로 폴크스바겐은 '국민차'며 이는 중국어로 '대중(大衆)'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본토에서 쓰는 '중(衆)'의 간체자가 ''이어서 이렇게 이름지었고, 이는 공교롭게도 폴크스바겐의 로고를 거꾸로 한 것과 일치했다.

KOTRA 중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독일 기업들은 유망 분야에서 '길목 지키기'를 하면서 중국에 투자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면서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끈기있게 투자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독일 기업들은 현지 직원의 교육과 기술지도 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와 창춘(長春)에 있는 생산공장의 설비 현대화를 위해 앞으로 15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외사부 쩡뤼하이 주임은 "초기에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이 높았고 모델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면서 "상하이시 정부가 핵심산업으로 자동차 산업을 지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독일공상회 상하이 대표처의 뤼페이 투자담당은 "역사·문화적으로 일본이나 미국 기업에 비해 독일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이 적었고 생산기지 이전과 함께 기술 지도, 직원들의 현지 교육사업들을 함께 한 것이 독일 기업들의 투자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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