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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교수 기고 … SK, 다음 과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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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SK에너지와 SK텔레콤이다. 두 회사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SK그룹에는 과도한 경쟁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공기업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사업구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해온 모습을 지니고 있다. 공기업 뿌리와 시장지배적 지위로 인해 ‘헝그리 정신’이 다소 부족하지 않으냐는 안팎의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은 둘 다 자기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감한 혁신의 유인이 부족했고, 정부의 에너지·정보통신 시장에 대한 규제정책도 업체 간 혁신 경쟁을 불러오는 데 걸림돌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태원 회장의 고민은 ‘행복날개’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부경쟁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행복날개’는 단순한 주주자본주의보다는 종업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총체적 행복을 추구한다는 개념으로 SK 기업문화의 핵심 요소다. 회사 내 회사(Company In Company)라는 책임경영 체제를 통한 내부 경쟁의 활성화와 ‘행복날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함께 잡을 것인가가 최 회장의 과제다. ‘인본주의적 경쟁’이라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최 회장이 언급한 ‘파부침주’는 안정 성향의 기득권을 다 포기하고 회사의 ‘행복날개’를 더 크게 펼치라는 새로운 경쟁 분위기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정책의 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온실에서 자라난 화초보다는 잡초 성격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7월 출범한 ‘SK차이나’에 근무하는 임원들은 본사에서의 기득권을 다 포기하고 일하게 된다. 처절한 ‘헝그리 정신’의 발동이다.

SK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소유 경영 체제의 기업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소버린 사태 이후 SK주식회사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구성한 최 회장의 과감한 시도는 이미 그가 ‘파부침주’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런 파부침주의 정신이 SK그룹의 인재들을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느냐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서윤석 교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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