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엽기적 훼손·유기 주도했는데 영장 세 차례나 기각 … 네 번째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여중생을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에 가담한 10대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5일 이모(18)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번이 네 번째다. 이군은 여자친구가 여중생을 때려 숨지게 한 뒤 도와달라고 하자 시체 유기 과정에 가담한 혐의(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오광수 차장검사는 6일 “이군이 범행에 깊숙이 가담했다”며 “법의 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군은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서부지법에 다시 나와야 한다. 검찰과 법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난달 17일 한강 양화대교 인근에서 김모(15)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양의 시신에서 휴대전화와 가해자의 지문 등을 찾아냈다. 이틀 뒤 김양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최모(15)양 등 청소년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군은 주범인 최양의 남자친구였다. 당시 이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피자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최양 등 4명을 구속했다. 최양 등은 지난달 10일 친구 김양을 자신의 집에 감금하고 사흘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였다. 도배 일을 하는 최양의 부모는 지방 출장으로 집에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군은 여자친구가 김양을 감금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반쯤 죽여놔’라고 폭행을 부추기기도 했다. 12일 김양은 결국 숨졌다. 여자친구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간 이군은 일본 추리 만화에서 본 대로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이군은 여자친구 등과 택시를 타고 한강으로 가 김양의 시신을 강물에 던졌다. 양화대교를 선택한 것 역시 이군이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양화대교 인근의 수심이 가장 깊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정황으로 미뤄 이군이 범행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0일 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고 아직 청소년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튿날 교수·청소년 상담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이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2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또 기각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이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검찰 측은 “이군이 두 달 후면 19살 성인이 되는 만큼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 공범 중 가장 연장자로서 범행 방법을 알려주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일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할 사유가 없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또래를 죽이고 시신을 유기하는 데 가담한 청소년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또 다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이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