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연구소들 "한국선 연구하기 힘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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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독일 지멘스의 한국 자회사 지멘스 오토모티브. 자동차 실내용 전자부품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올 초 연구원 10명을 확충하려 했으나 아직까지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오성수 인사담당 차장은 "지원자는 있지만 원하는 인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국기업 연구소들이 우수 연구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발표한 외국기업 연구소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연구소들은 애로점으로 '우수 연구원 확보'(41.8%)를 제일 많이 꼽았다. '연구원의 잦은 이직'(5.5%)이라는 답까지 합하면 인력 문제로 곤란을 겪는 곳이 절반에 가깝다.

이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의 조사에서 국내기업 연구소들이 '연구개발 자금 부족'(46.9%)을 가장 큰 애로점으로 든 것과 대비된다. 주한 외국기업 연구소의 연평균 연구비는 52억원으로 우리 기업(24억원)의 두배를 넘는다.

이번 조사는 국내 등록된 전체 1백22개 외국기업 연구소 중 57개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소의 역할은 '신기술·신제품 개발'(68.4%)이 가장 많았다. 이는 외국기업들이 단지 제품·기술의 현지화를 위해 현지 연구소를 세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을 연구 개발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음을 나타낸다.

산기협 박봉제 수석연구원은 "연구 인력을 본사의 연구원과 비교하게 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최근의 이공계 인력 기근이 겹쳐 외국 연구소들이 우수 인력 부족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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