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못가린 '배수진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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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벨기에가 튀니지와 1-1로 비겼다. 이는 조별리그 H조의 16강 전망을 안개 속으로 밀어넣었다.

H조는 2차전을 끝낸 10일까지도 16강 진출 팀과 탈락 팀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즉 모든 팀이 16강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오는 14일 마지막 경기에서야 16강 티켓의 주인공을 가려야 한다.

전날 러시아를 꺾고 1승1무를 기록해 2라운드 진출이 유력시됐던 일본은 14일 튀니지전에서 질 경우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각각 1무와 1패를 안고 배수의 진을 친 두 팀은 의욕만 앞서 세밀함이 떨어지는 범전을 벌였다. 벨기에의 첫 골은 마르크 빌모츠의 예리한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12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동료 선수가 헤딩으로 떨어뜨리자 달려들던 빌모츠가 오른발을 쭉 뻗어 왼쪽 골네트를 가르는 선제골을 뽑아냈다. 지난 4일 일본전에서 환상적인 오버 헤드킥으로 골을 만들어낸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일방적이 될 것같던 경기는 튀니지가 실점 5분도 지나지 않아 동점골을 뽑아내면서 팽팽한 접전으로 흘렀다.전반 14분 하센 가브시의 오버헤드슛으로 벨기에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튀니지는 1분 뒤 기어코 동점골을 얻었다.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라우프 부젠이 절묘하게 감아차 왼쪽 골문을 열었다.

튀니지는 후반 5분 카이스 고드반이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대포알같은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가 관중들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벨기에는 아껴뒀던 공격수 웨슬리 송크와 음보 음펜자를 후반 20분 이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몇차례 찬스는 튀니지 골키퍼 알리 붐니젤의 선방에 막혔다.

양 팀은 인저리 타임에 한차례씩 아찔한 순간을 주고 받았다. 벨기에는 송크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비수와 경합하며 툭 찔러찬 볼이 뒷그물 지지대를 맞고 나왔다. 튀니지도 종료 직전 카이스 고드반의 중거리포가 살짝 골대를 벗어났다.

이날 경기장에는 튀니지 응원단이 전통 북을 울리며 응원을 주도했고, 왼쪽 스탠드의 일본 관중들도 호응해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이타=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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