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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강진 세계 각국 복구지원 '봇물'

중앙일보

입력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26일 발생한 규모 8.9의 강진에 따른 동ㆍ서남아 일대의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피해복구를 위한 유럽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또 강력한 해일로 인도 최남단 칸야쿠마리섬에 고립됐던 관광객 400여명중 100여명은 아직도 섬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동남아 일대의 해일피해 희생자를 위해 3백만유로(42억원)를 긴급구호 자금으로 배정한데 이어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 피해국들과 구체적인 지원방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유럽연합은 이들 지역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이 집계될 경우 피해 상황에 따라 추가 구호자금을 배정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막대한 인명피해에 대해 슬픔을 표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데 이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희생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각각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피해복구를 위한 지원을 다짐했다.

일본도 스리랑카에 10~20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27일 중 파견할 계획이며 인도네시아와도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은 피해국에 의료지원팀 파견과 함께 구호자금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인도네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태국 등 동남아와 인도양 일원의 지진피해국에 대한 긴급구호에 동참키로 했다.

○... 강력한 해일에 의해 인도 최남단 칸야쿠마리섬에 고립됐던 관광객 400여명이 지방 어부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나머지 100여명은 여전히 섬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뉴델리TV가 26일 보도했다.

인도양과 벵갈만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 섬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은 구조작업에 나선 현지 어부들의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왔으나 소형선박에 타지 못한 노인 등 100여명이 섬에 남아 있어 공군 헬기들이 음식물과 식량 꾸러미를 떨어뜨려주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 태국의 휴양지인 푸켓섬의 호텔에 머물다 가까스로 해일 피해를 면한 한 폴란드 관광객은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사했다고 밝혔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관광객은 폴란드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해일이 밀려들기 직전 4층인 객실로 올라와 간신히 화를 면했으나 "해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말한 것으로 P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관광객은 해일이 푸켓 해변에 있는 호텔 1층까지 밀려들었지만 불과 몇 분 전 친구와 함께 4층에 있는 객실로 올라가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도양의 군도 국가 몰디브는 26일 인도네시아 강진과 후속 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보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아흐메드 샤히드는 수도 말레에서 로이터 통신과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사망자가 10명, 부상자가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히드 대변인은 "우리는 아직도 일부 섬에 발이 묶여 있는 일부 국민들과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몰디브 국민들은 내습한 바닷물이 빠져 나감에 따라 조만간 닥칠 지 모르는 또다른 해일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로 강둑을 막는가 하면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벌이고 있다. (콜롬보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양의 도서국가인 모리셔스 당국도 26일 인도네시아 강진과 후속 해일 피해소식이 전해지자 해안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피할 것을 요청했다.

모리셔스 기상청 대변인은 "오후 6시(한국시간)께 섬 북쪽과 동쪽에 강한 해일이 덮쳤으나 다행히 사상자 발생보고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과 해안경비대는 일부 선박이 해일로 파괴됐다면서 해안에서 관광하거나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대피해줄 것을 요청했다.(모리셔스 AFP=연합뉴스)

○... 가족과 함께 태국의 유명관광지 푸켓에 놀러온 10세의 스웨덴 소년이 해일로 불어난 물을 피해 나무위에 올랐다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어 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인 키엘 스콜드는 가족이 묶고 있는 해변가 방갈로안으로 물이 들이차 모든 물건을 침대위에 놓았으나 물이 계속 불어 한동안 가족과 함께 방갈로 지붕위에 앉아 둥둥 떠다녀야 했다.

물이 빠진 뒤 아내와 딸과 함께 방갈로로 다시 돌아간 스콜드는 아들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들을 찾아나섰는데, 몇분만에 방갈로에서 200m 가량 떨어진 나무위에 앉은 채 물에 갇혀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는 것.

3주 휴가를 받아 푸켓을 찾은 그는 휴가 나흘째 이같은 변을 당했으며, 해일로 인해 남은 것은 등에 메는 가방뿐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호주 외무부는 26일 강진과 해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동남아지역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긴급 전화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이번 자연재해로 인한 호주인들의 인명피해 보고는 아직까지 접수된 게 없으나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영사관 직원들이 호주인들의 안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스틴 리 호주 외무부 대변인은 "방콕과 자카르타 주재 대사관 직원과 뉴델리와 콜롬보 주재 고등판무관실 직원들이 현지 관계당국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호주인들의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의 지진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을 강타한 지진 피해가 호주를 비켜갔지만 호주 서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그 여파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기상청의 마크 폴 기상 예보관은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해안에서도 일부 소형 선박들이 침몰했다는 미확인 보고가 있었다며 "코코스 섬에서는 파도가 보통 때보다 0.5m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 됐다"고 말했다.

또 뉴질랜드의 지질 핵과학원의 지진학자 워윅 스미스 박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에 있는 태즈먼 해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강진 등 모두 네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이것이 인도네시아에 피해를 준 지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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