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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은 지금부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축구 정말 잘 싸웠다. 미국과 비록 1-1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지만 리드당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후반 동점골로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한국 축구의 저력을 잘 보여줬다.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는 14일 포르투갈전에서 가려지겠지만 폴란드와 미국전에서의 분전한 모습으로 미루어 기대를 가질 만하다.

한국과 미국전은 어느 경기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성숙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여줬다. 가정과 직장은 물론이고 거리에서, 광장에서,공원에서 4천만 국민이 하나 되어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도 시종일관 질서정연했고 흐트러진 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가 한 골을 먼저 내줬지만 모두 "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를 갖고 더욱 응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반미감정의 확산과 반미시위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친 것도 다행이었다.

경기내용은 시종 한국의 우세였다. 피를 흘리며 머리에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노장 황선홍 선수의 부상 투혼은 감동적이었다. 페널티킥 실축의 부담을 떨치고 후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이을용 선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도 눈물겨웠다. 특히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흉내낸 안정환 선수의 골 세리머니는 경황 중 돋보인 재치였다.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미국 선수에게 넘겼던 김동성 선수의 분노와 한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제스처였다.

포르투갈과의 단판 승부에 달린 한국 축구의 월드컵 16강은 더이상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월드컵 본선 1승이라는 일단계 목표를 달성했고 16강도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폴란드·미국전에서 보여준 기량과 투지에 온 국민의 열성적인 응원이 더해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히딩크 감독과 선수단이 혼연일체를 이뤄 포르투갈전에서 다시한번 감동의 함성이 한반도를 뒤흔들어 주기를 성원한다. 경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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