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충북 :자민련 守城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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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5일 오후 2시 한나라당 정당연설회가 열린 충북 제천시 남천동 복개도로 주차장. 당 관계자들과 이원종 도지사 후보·엄태영 시장후보 등이 지지를 호소하며 목청을 높일 때마다 7백여명의 청중은 "옳소"라며 맞장구를 쳤다. 어깨띠를 둘러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2백여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로 보였다.

지구당 관계자들은 참석자들이 많은 데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닷새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자민련과 민주당의 정당연설회엔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의원이 참석했는데도 각각 3백명과 1백명 정도가 모인데 그쳤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朴모(61)씨는 "그동안 자민련을 지지해 왔는데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자민련 관계자는 "이원종 현 지사를 한나라당에 빼앗겼다 해도 현역 국회의원을 배출한 곳인데 지지도가 예전과 다르다. 솔직히 지방선거 전망이 어둡다"고 털어놨다.

◇자민련 추락=충북 영동군 金모(43·식당업)씨는 "JP에게 실망한 게 사실이다. 우리 지역의 경우 그래도 자민련 후보가 괜찮은 편이어서 후보의 인물 됨됨이와 정당을 놓고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동군 영동대에서 만난 40대 직원은 "4년 전만 해도 JP가 나름대로 지지세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민련을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충청도당'을 자처하던 자민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주민들은 "외환위기 때 충북은행이나 LG반도체의 합병, 옥천조폐창 폐쇄 등 문제에서 자민련이 지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자민련 충북도지부도 민심 이탈을 실감하고 있다. 유철웅 사무처장은 "자민련의 숨은 노력이 많았는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약진=자민련에서 등돌린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쏠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번 선거기간 전 실시된 한 지방신문의 여론조사(1천5백명 대상)에 따르면 도내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7.3%▶민주당 17.1%▶자민련 8.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지역 시사주간지의 여론조사(1천59명 대상) 결과 ▶한나라당 16.1%▶민주당 10.3%▶자민련 5.4%에 비하면 상당수의 부동층이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섰음을 엿보게 한다. 2년 전 총선 득표율(한나라 30.6%, 민주 31.3%, 자민련 29.5%) 판도와 비교해도 한나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1곳 가운데 괴산을 뺀 10곳에 후보를 냈다. 1998년 때는 두곳에 그쳤다.

지난 선거 때 기초단체장 선거구 11곳 모두에서 후보를 내 6명을 당선시켰던 자민련은 민주당 후보를 연합 공천한 청주를 빼더라도 음성·단양·보은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후보 수에서부터 한나라당에 밀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에서 옮겨온 이원종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제천지구당 관계자는 "이후보가 자민련 간판을 달고 나왔던 98년의 80%대 득표를 이번에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8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낸 민주당은 이번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으로 인해 '인물론'만 거론할 뿐 정당 대결구도를 애써 피하고 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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