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도 9·11 2년 전 美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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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런던=연합]9·11 테러 경보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정보기관이 영국 정부가 제공한 '구체적인 9·11 테러 모의 정보'도 소홀히 취급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공개됐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9일 "영국의 해외정보국(MI6)이 9·11 테러 발생 2년 전인 1999년 '알 카에다가 민항기를 납치, 공격에 이용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비밀 보고서를 미 정보기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 소속 연락관들에 전달됐다. 보고서가 전달된 시점은 MI6 정보원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민항기를 납치,'이전에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으로 공격에 이용하는 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직후였다.

MI6는 98년에도 파리내 미국 대사관을 비롯, 유럽내 미국 시설물을 목표로 한 알 카에다의 테러음모 정보를 입수해 이를 미국 정부에 전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어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자세한 경고내용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문건이 공개되면 부시 행정부는 더 강력하고 급진적인 테러작전을 펴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 정보기관 소식통은 "당시 첩보는 공격목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따라서 (미국이 이 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더라도) 세계무역센터(WTC)나 국방부에 대한 공격을 '반드시' 막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의 한 고위 소식통도 "미국은 민항기를 '비재래식 방법',예를 들면 '비행 폭탄'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대변인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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