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폭죽, 러선 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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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세기 초 러·일 전쟁을 빗대어 '일로(日露)전쟁의 날'이라며 결전을 다짐한 일본이 마침내 사상 최초로 월드컵 첫승을 올리자 열도는 함성과 열기로 들썩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격분한 시민들이 차량을 불태우는 등 난동을 피우다 한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언론은 "드디어 대망(大望)의 월드컵 첫 승리를 거뒀다"며 환호했다.

교도통신은 승리 직후 "1954년 스위스 대회 예선에 처음 참가한 이후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했고,이어 올해 월드컵에선 첫승이라는 대어를 낚았다"고 타전했다. 이 통신은 또 "프랑스 대회에선 3전3패였지만 이번엔 첫 경기에서 첫 승점을 올렸고, 2차전에서 첫 승리하는 등 한단계씩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일본이 비원의 월드컵 첫 승리를 얻었다"며 "승점 4로 16강 진입을 향해 전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울트라 닛폰'응원단 등관중의 응원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관중이 일제히 같은 소리를 낼 때는 귀가 아플 정도였다. 일본 선수가 러시아 문전을 파고들 때마다 광기에 가까운 함성이 터졌고, 일본 선수가 반칙을 당할 때는 비명이, 경고를 받을 때는 야유가 귓전을 때려댔다. 응원 방법도 손뼉을 친 뒤 손을 앞으로 내밀며 '닛폰'을 외치는 것에서부터 파도타기까지 다양하고 일사불란했다.

○…러시아에서는 축구경기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자국 팀의 패배에 격분, 차량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한명이 사망했으며, 20여명이 부상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수천명의 시민은 크렘린궁 바로 옆에 위치한 마네즈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축구경기를 보다 경기가 끝나자 인근에 주차해 있던 차들을 불태우고 전복시켰다.

일부는 러시아 하원인 스테이트 듀마의 빌딩을 공격해 유리창을 파손했으며, 이를 막는 경찰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인 RIA 노보스티 뉴스는 경찰 몇명도 부상했다고 전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요코하마=정영재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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