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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대해일 아시아 대재앙] 각국 피해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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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공청소기가 쓸어버리듯 해일이 모든 것을 앗아버렸다."

동남아를 휩쓴 강진으로 700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각국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후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명 피해는 지진의 여파로 생긴 해일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동남아.인도양 주요 해변의 주민.관광객들이 연거푸 닥쳐오는 해일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스리랑카.인도.인도네시아.태국 순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 스리랑카

지금까지 집계만으로도 2400여명이 숨지고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해변의 어촌에 사는 수만명의 주민은 일요일 아침에 몰아닥친 '사상 최악의 해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앞다퉈 대피했다. 수도인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파야갈라에선 3m 높이의 파도가 순식간에 마을들을 집어삼켰다.

*** 인도

남부 해변 지역에서 1130명이 숨지고 바다에 떠있던 수많은 선박이 침몰했다. 스리랑카에 이어 둘째로 큰 피해를 본 국가다. 해일이 휩쓴 해변에서 살아남은 40대 남성은 "수많은 어선이 마치 종이배처럼 파도 위로 떠다녔다"고 말했다.

남부의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는 최소한 74명이 숨지고, 400명이 넘는 선원.어부가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다라만 지역에서만 1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남부의 타밀나두주에서는 해변 곳곳에서 수백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하지만 바다로 떠밀려 간 실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델리TV는 비공식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타밀나두주의 해안지대 쿠달로르 지역에서는 50여개 마을이 해일에 휩쓸렸으며 주도인 마드라스 인근 칼라파캄 원자력발전소도 침수돼 발전을 중단했다.

*** 인도네시아

이번 지진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 북서부의 록수마웨와 반다아체를 강타한 뒤 바다에서 해일이 발생해 서부 해안 도시를 휩쓸었다. 지진은 도로를 1m나 엿가락처럼 좌우로 휘게 할 정도로 파동을 일으키며 수십채의 건물을 붕괴시켰다. 사망자는 이미 18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곳곳에 시체가 나뒹구는 참혹한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해변 지역에 있는 란쿡이란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되면서 90명이 숨졌다. 현지 관리는 "사망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집과 가재 도구를 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역으로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아체지역은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이 수년째 충돌하고 있는 곳으로 지진으로 통신시설까지 파괴돼 피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몰디브

아직 인명 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토의 평균 높이가 해발 1m 정도에 불과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3m 높이의 해일이 연쇄적으로 닥쳐 수도인 말레 시내의 3분의 2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정부 대변인은 밝혔다. 몰디브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외국인이 찾는 휴양 단지가 많다. 말레 국제공항은 폐쇄된 상태다.

*** 말레이시아

페낭 등 해변 관광지에 해일이 밀어닥치면서 외국인 관광객 등 2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지고 최소한 60여명이 부상했다고 경찰과 긴급구호 관계자들이 밝혔다.

높이 5m의 해일이 해안의 소형 선박과 휴양시설을 종잇장처럼 파괴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특히 콸라룸푸르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던 이번 지진으로 페낭의 고층 아파트 주민과 호텔 투숙객에는 임시 대피령이 내려져 수만명이 소개되기도 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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