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3R의 힘' 브라질, 중국 가볍게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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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모여든 3만6천여명의 축구팬들은 아름다운 '삼바 축구'의 묘미를 만끽했다.

전반 초반엔 만리장성의 기세가 남미의 삼바 축구를 제압하는 듯했다. 중국은 전반 3분 치훙이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날린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진영을 수차례 위협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마치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삼바춤을 추는 듯한 유연함으로 중국의 힘을 잠재웠다. 격렬한 몸싸움을 즐기는 잉글랜드나, 프랑스의 아트 사커와는 또다른 브라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축구였다.

첫 골은 전반 15분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발끝에서 나왔다.

'UFO 킥'이라는 별명이 붙은 카를루스의 장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카를루스는 골문에서 28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왼발 강슛을 날렸다. 중국 골키퍼 장진이 방향을 파악하고 다이빙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음에는 브라질이 자랑하는 '3R' 삼각편대 히바우두(Rivaldo)·호나우디뉴(Ronaldinho)·호나우두(Ronaldo·사진)가 차례로 골 퍼레이드를 벌였다.

전반 32분 히바우두가 호나우디뉴의 크로스를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고, 45분엔 호나우두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호나우디뉴가 성공시켜 3-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후반 10분 만에 카푸의 크로스를 호나우두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은 골은 승리를 자축하는 마지막 축포였다.

중국은 후반 16분 자오쥔저가 날린 회심의 슛이 골대를 맞고 아웃되면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첫 골을 뽑아내는데 실패했다.

서귀포=정제원·최민우 기자

"졌지만 경기에 만족"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

좋은 경기였다.중국은 실력을 향상시켜 왔고 능력 있는 팀이지만 아직은 브라질이 기술이나 경험면에서 우위에 있다. 오늘 패스미스가 많았는데 문제될 것은 없다.우리 팀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중압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팀워크 점점 좋아져"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우리 팀의 플레이에 만족한다. 선수들은 선전했다. 정상적이었다면 우리는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었어야 했다.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남은 상대인 터키는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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