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맥박은 어떤 소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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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짙어가는 녹음이 월드컵의 열기를 더욱 강렬한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계절이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산이나 강·바다를 찾아 떠나는 일도 늘고 있다. 하지만 기껏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역시 자연이 좋아"하고 대강 둘러본 뒤엔 준비해간 음식을 해먹거나 근처 식당을 들러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달리 아이들과 함께 해볼 만한 놀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신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자연체험 1,2』은 그럴 때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준다.

저자인 조셉 코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시의 '아난다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연교육자.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상과 인도의 요가·선(禪)사상 등에 관심을 갖고 자연인식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이다. 그가 20여년 전부터 체계화한 '플로 러닝(Flow Learning)'이란 교육법은 놀이와 활동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연을 느끼고 배우게 하는 것으로, 전세계에 소리소문없이 널리 퍼져 있다. 이를테면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맥박 소리를 듣는다거나 동물 흉내를 내는 놀이 등은 이미 우리나라 여러 환경단체의 프로그램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바로 그가 고안해낸 자연인식 활동들이다.

1권에선 50여가지 놀이와 명상 산책법을 소개하고,2권엔 플로 러닝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과 20여가지 활동을 담았다. 놀이마다 수달·까마귀·곰·돌고래 그림을 통해 열의를 일깨우는 놀이, 주의를 집중하는 놀이,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놀이, 감동을 나누는 놀이 등 그 성격을 구분해주고, 놀이의 목적, 알맞은 때와 장소, 적당한 참가자 수, 알맞은 나이, 준비물을 간략하게 제시해놓아 활용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예를 들면 '작은 세계 탐험'은 1~2m의 실과 돋보기만으로 4세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해볼 수 있는 주의 집중 놀이. 아이들이 먼저 재미있어 보이는 곳을 찾게 한 다음 그곳에 실을 길게 풀어 놓고 '마법의 돋보기'를 준다. 탐험가가 된 아이들은 땅에 배를 깔고 엎드려 2~3㎝씩 천천히 관찰해가게 된다. 이때 "지금부터 여행하는 세계는 과연 어떤 곳일까? 옆에 뭐가 있지? 저 거미는 널 잡아먹으려는 걸까? 아니면 널 속이려고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저 푸른 빛깔의 딱정벌레는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곁들여 주면 아이들이 더욱 재미있어 한다.

동물 흉내 내기 등 비록 자연 속이 아니더라도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 또는 실내에서 해볼 수 있는 놀이들도 여러가지 소개돼 있다. 선생님이나 환경운동가 등 생태교육에 관심있는 이들은 누구나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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