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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위기탈출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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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통화기금(IMF)의 금과옥조 같은 '긴축'처방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경제위기 탈출법을 시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뉴욕타임스(NYT)는 26일자에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의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2001년 12월 1000억달러가 넘는 외채에 대해 디폴트(지급 불능)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뚜렷이 회생하고 있다는 점을 그 증거로 들었다.

◆새로운'경제위기 탈출법'=IMF의 전통적인 위기 처방은 한마디로 초강력 긴축 정책이다. 아르헨티나도 3년 전 위기상황에 빠지자 IMF의 요구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을 취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연금과 월급을 대폭 깎고, 예금계좌를 동결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이에 성난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과 충돌하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IMF식 처방으론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전혀 다른 정책을 도입키로 했다. 노동자 쪽에 기운 페론당 정부는 국내 경제를 살리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내수경기 진작책을 쓰기 시작했다. 해외의 채권자에겐 지금은 줄 돈이 없으니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다. 먼저 기업을 살린 다음 기업들의 수출과 금융거래에 부과금을 신설해 재정수입을 늘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정책이 먹혀들어가 현재 아르헨티나 재정수입의 3분의 1은 이런 부과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NYT는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소의 마크 와이스브로트의 말을 인용해 "아르헨티나의 회생 사례는 25년간 실패한 정책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케이스"라고 전했다.

◆경제회생 기미 뚜렷=2002년 마이너스 10.9%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 일자리도 지난 2년여 동안 200만개 이상 생겨났다. 그 덕에 2002년 5월 20%를 훌쩍 넘었던 실업률은 현재 13%대로 떨어졌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도 경제위기 이전인 90년대 후반 수준을 회복했다. 2002년 초 빈곤층이 전체 국민의 53%에 달했지만 지금은 43%로 낮아졌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통화가치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 한 해 127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 거의 바닥을 보였던 외환보유액은 지금 2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도 다시 몰려오고 있다. 브라질 최대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몇 달 전 에너지기업에 투자했고, 역시 브라질의 암베브사는 대형 맥주회사 퀼메스에 투자했다. 지난달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앞으로 10년간 2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넘어야 할 산 아직도 많아=위기의 근원이었던 외채문제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정부는 1000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재조정하기 위해 채권단과 1년 넘게 씨름해 오고 있다. 외채의 75%를 탕감해 달라고 매달리고 있으나 채권단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내년 초까지는 외채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은행에 저축한 돈을 찾지 못하고 갑작스런 고정환율제 폐지로 큰 손해를 봤던 국민은 아직도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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