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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잇단 간 총리 흔들기 … 9월 당대표 선거 낙마 노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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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간 나오토, 오자와 이치로(왼쪽부터)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간 총리의 소비세 인상 계획으로 촉발된 야당의 맹공에 집권 민주당 동지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자금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난 오자와가 간 정권 흔들기에 나선 모양이 됐다.

싸움은 오자와가 먼저 걸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4일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를 지원 유세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이와테(岩手)현을 방문했다. 간사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백의종군하겠다며 농촌·산간 지역을 찾아다니며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역구의 당 관계자 등과 만나 “간 총리가 소비세(인상)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다른 후보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간 총리의 소비세 인상 발언 때문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앞선 다른 지역 유세에서도 “집권당 총재가 단독 과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민주당 총선 공약을 마음대로 바꾸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지난해 총선에서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며 간 총리를 몰아붙였다.

자녀수당과 고속도로 요금 무료화, 농가소득보상제 등 기존 민주당 공약을 축소 수정한 데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내가 힘을 보태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오자와는 지난달 정치자금 스캔들로 간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이끄는 ‘오자와 그룹’은 여전히 민주당 중·참의원 의원 423명 중 150여 명이 몰려 있는 당내 최대 계파다.

그간 오자와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간 총리도 공세에 나섰다. 그는 4일 TV 인터뷰에서 “소비세 문제를 포함한 참의원 선거 공약은 (오자와가 간사장으로 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시절에 거의 완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자와가 유력한 정치인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발언으로 마치 절반은 결정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자와에게 영향을 받는 건 오히려 언론”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선거 정국에서 느닷없이 정권 내부 갈등이 치열해지자 정치권과 언론에선 오자와가 9월 당 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를 실각시키려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오자와가 직접 출마하거나 자신의 측근을 내세우기 위해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총리 취임 한 달 만에 간 내각의 지지율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소비세 인상론에 대한 여론 악화가 주원인이다. 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3~4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일주일 전 조사 때보다 9%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로 더 높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간 내각 지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5%포인트 떨어진 45%였다. 지난달 초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은 60%를 웃돌았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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