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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사람 vs 기른 사람 … 스타크래프트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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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e스포츠 시장을 개척한 스타와 한국 시장

지난 4월 경기도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09-10’ 결승전. e스포츠 게임 팬들이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스타는 e스포츠 발전의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스타 게이머들이 급증하면서 2000년 프로게임협회(2003년 한국e스포츠협회로 전환)가 출범했고, 프로게이머 등록제까지 탄생했다. 12개 구단에 300명의 게이머를 둔 프로게임단들도 잇따라 나왔다. 2007년 전까지만 해도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윈윈 관계였다. 국내 e스포츠가 성장할수록 블리자드의 게임 판매수익이 많아지고 지명도가 커져서다. 그런데 한국e스포츠협회가 2007년 방송사업자들에게 중계권을 팔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가 블리자드와 어떤 합의도 없이 방송 중계권을 판매했다”며 “명백히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측은 그동안 지재권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블리자드는 지난 5월 27일 동영상 포털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에게 독점 라이선스 자격을 주었다. 앞으로 3년간 스타 시리즈와 워크래프트3,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이용한 e스포츠 리그를 열려면 국내에선 누구라도 그래텍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12개 프로게임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10여 년간 한국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아온 선수들과 게임단, 팬들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콘텐트 소유권과 시장 개척 기여도 다툼

블리자드는 자신들에게 스타 게임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있기 때문에 그래텍에 대회나 방송중계를 허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에 게임개발자의 권리는 있지만 방송사의 영상물이나 각종 대회의 스폰서에 대한 포괄적인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이 논리적인 데다 세계적으로 이런 분쟁 선례가 없어서 게임업체 안팎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참고할 만한 결정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블리자드의 이용자 콘텐트 권리귀속 조항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연세대 남형두(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스타 등 원저작물에 대한 권리와는 별도로, 이를 이용해 게임을 하면서 생성된 콘텐트에 대한 권리는 그 사용자들에게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윤지은 블리자드코리아 PR팀장은 “한국e스포츠협회에게도 블리자드가 모든 권리를 갖겠다는 요구가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부분에 대해 사전에 블리자드의 동의를 받으라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에 이용되는 게임들이 공공재적 성격이 있느냐도 논란이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업기획국장은 “e스포츠는 이미 다른 여타의 스포츠처럼 대중들이 보고 즐기는 영역으로 발전해서 공공재적 콘텐트”라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현재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로 등록돼 있다. 2009년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주최하는 동아시아실내경기의 공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에 한정원 블리자드 북아시아 대표는 “블리자드의 자금과 인력들이 동원돼 개발된 게임인 스타는 명확히 블리자드의 소유”라고 못 박았다.

정부는 양측에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잘 성장해온 한국e스포츠가 자칫 쇠퇴할 수 있어서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가 e스포츠의 프로모션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한국e스포츠협회도 스타의 상업적인 활용 부분에서 블리자드와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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