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규모 8.9 강진…푸켓 등 관광지 '쑥대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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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남아 전역을 강타한 이번 지진은 거대한 해일을 동반했다. 5층 건물(10m) 높이의 해일이 덮친 스리랑카 남동부 해안지역은 날벼락을 맞았다. 수백 채의 가옥이 파도에 쓸려가 버렸고 조업 중이던 어부들은 모두 실종됐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태국의 유명 관광지 푸켓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큰 파도에 희생됐다.

AFP통신은 현지 관광객의 말을 인용, "평온하게 바다에서 아침 수영을 즐기던 휴양객들이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파도에 쓸려 물속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푸켓의 카론 비치를 덮친 해일은 해변의 각종 리조트 시설을 내륙 50~60m 지점까지 밀어냈다"고 덧붙였다.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은 몰디브도 심각한 해일 피해를 보았다. 국토의 평균 높이가 해수면에서 1m 정도에 불과한 몰디브는 이번 지진 여파로 1.3m 높이의 해일이 잇따라 밀려오면서 수도 말레 대부분의 지역이 수해를 당했다.

○…미 지질연구소는 "이번 지진이 지난 100년간 일어난 지진 가운데 다섯째에 해당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측정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1960년 칠레에서 발생한 진도 9.5급이다. 진도 8급의 강진은 통상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동반하며, 85년 멕시코시티를 덮친 진도 8.1의 강진은 95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번 지진으로 수마트라섬 아체 지역에는 5m 높이의 해일이 엄습해 해안지역을 휩쓸었다. 또 태국과 인도 동해안 사이에 위치한 벵골만에는 진도 5.8~6.1에 이르는 여진이 여섯 차례나 발생하는 등 동남아 일원에 광범위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26일엔 이란에서 2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진도 6.7의 강진이 발생했었다. 지난해 26일 새벽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의 유적도시 밤(BAM)시를 강타한 지진은 이 지역 고대 진흙 성채와 문화유적 90% 이상을 흙더미로 만들면서 2만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다.

○…이재민도 속출했다. 스리랑카 북동부 무투르 지역의 구호관리인 M D 로드리고는 "수많은 가옥이 침수돼 주민 10만여명이 집을 잃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아체주 수도 반다 아체에서는 지진으로 전기와 전화가 끊기고 수천명의 주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혼란이 빚어졌다. 아체주 북부에서는 해일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 주민들이 고지대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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