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빙하가 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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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의 지붕'인 에베레스트산의 빙하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5일 "국제산악등반연맹(UIAA)과 공동으로 지난달 보름간 기후변화에 따른 히말라야산맥의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과거 봉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던 크고 작은 빙하 연못들이 지금은 지름 2㎞, 깊이 1백m의 큰 호수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고 밝혔다. UNEP는 이로 인해 네팔 등 인근 지역에 대규모 홍수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사라지는 빙하=UNEP가 조사한 지역은 에베레스트산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높이 6천1백89m의 아일랜드 피크. 탐사대장을 맡은 로저 페인은 "지난 20년간 히말라야산맥의 기후가 점차 덥고 습해지고 있으며, 이같은 경향은 최근 수년새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드먼드 힐러리경(卿)과 셰르파 텐징이 이곳을 처음 등정한 1953년 당시 베이스 캠프와 곧장 연결돼 있던 얼음벌판도 연못으로 변해 지금은 탐사대원들이 베이스 캠프에서 6㎞를 걸어야 얼음벌판을 만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도 최근 발표한 '히말라야 빙하에 관한 조사보고서'에서 에베레스트 남부에 있는 높이 17㎞의 쿰부 빙하가 95년부터 매년 2m씩 녹아내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빙하가 내려앉은 평균 속도의 약 세배에 달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높은 빙하인 초모란마 빙하도 지난 31년간 최고 2백70m가 녹아내린 것으로 조사됐다.인근 다른 빙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얄라 빙하(높이 1.5㎞)는 82~94년 연평균 0.3m씩 내려앉는데 그쳤으나, 94~96년에는 매년 1.05m씩 낮아졌다.

UNEP는 이같은 빙하 침하현상의 주원인이 지구온난화와 등산객 수 증가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의 기온은 50년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0.3~0.7도)보다 높은 0.8도 올랐으며, 히말라야 등정인구는 매년 2만7천명에 달한다.

◇우려되는 홍수 피해=UNEP는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부탄과 네팔의 호수들이 급격히 차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5년 내 이들 호수의 둑이 터져 산아래 마을들을 휩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홍수피해는 총 16회로 이중 10차례는 70년대 이후 발생했으며, 98년엔 최악의 홍수가 네팔 사바이초 발전소와 마을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네팔 당국은 지난 40년간 길이 약 3.2㎞, 폭 5백m, 수심 1백31m로 커진 초롤파 얼음호수가 넘쳐날 것에 대비해 지난해 3m의 인공 둑을 세우는 방재공사를 벌였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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