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히딩크 월드컵뒤 떠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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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출전 반세기 만에 첫승을 올리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 이후 거취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과 1년반 만에 아시아 변방에서 맴돌던 한국 축구를 세계 중심에 우뚝 세우며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한 히딩크 감독의 주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현재는 이번 월드컵에 전념하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월드컵 후에도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아시안게임에서도 히딩크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은 공식적으론 "정회장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정회장에게서 그런 얘길 들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월드컵 성적에 관계없이 한국에 남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우선 그의 한국행은 일회성이라는 것. 폴란드전 직전 경주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앞으로 한번 더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그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월드컵 출전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유럽 프로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의가 줄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한국 잔류 가능성이 크지 않은 또다른 이유다.

현재 일본 J리그의 일부 구단이 히딩크 감독에 대한 영입의사를 표명했으며, 특히 한 구단은 일본 내 언론을 통해 스카우트비를 흘려 히딩크 감독의 반응을 떠보기도 했다. 그밖에 지역예선에서 탈락, 이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히딩크 감독의 모국 네덜란드도 그를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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