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 홍걸씨 '역할'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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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金弘傑)씨를 구속기소하면서 그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구속)씨와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돈과 주식 규모는 36억9천여만원으로, 구속 당시보다 20여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홍걸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알선수재 부분의 알선 사실과 사용처 등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걸씨는 사업자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 측으로부터 13억원대에 이르는 주식을 받은 것 외에 崔씨가 TPI 주식을 포스코에 고가에 팔아 만든 돈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홍걸씨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 역할을 한 것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돈 어떻게 챙겼나=홍걸씨는 자주 국내에 드나들면서 최규선씨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아갔으며 홍걸씨의 동서인 황인돈(36)씨가 중간 역할을 맡기도 했다.

黃씨는 2000년 4월 서울 프라자호텔 주차장에서 崔씨로부터 3억원을 받아다 홍걸씨에게 전달했으며 자신과 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홍걸씨 돈을 대신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걸씨는 2000년 6월에는 최규선씨로부터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를 송금받기도 했다. 문제의 10만달러는 홍걸씨의 미국 LA 현지 주택 구입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홍걸씨는 "LA 집은 현지 친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걸씨는 2년 동안 거액을 챙겼지만 현재 차명계좌에 수천만원 정도씩만 남아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걸씨는 "崔씨로부터 받은 돈 중 상당 부분은 주식투자와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며 "주식 투자 자체로는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는데 투자를 맡긴 증권사 지점장이 돈을 갖고 외국으로 달아나 돈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崔씨는 2000년 7월부터 홍걸씨에게 준 돈을 관리하는 비밀 내역서를 따로 만들어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걸씨 어떤 역할 했나=홍걸씨는 崔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구속)씨로부터 시가 13억4천4백만원 상당의 TPI 주식 6만6천주와 계열사 주식 4만8천주를 받았고, 각종 공사 수주 명목으로 대원SCN과 성전건설로부터 6억4천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따르면 홍걸씨는 업체로부터 주식과 돈을 받고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또 崔씨가 홍걸씨에게 17억원이나 되는 돈을 그냥 준 경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다.

홍걸씨가 대통령의 아들이긴 하지만 2년 동안 崔씨나 해당 업체들에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돈을 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TPI 측이 갑자기 경쟁상대로 부각된 한국전자복권 측을 견제하기 위해 홍걸씨에게 접근했고, 실제로 TPI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점으로 미루어 홍걸씨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홍걸씨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고도 알선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데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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