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사는 사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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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자명종 소리에 부스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 한 잔을 마신다. 식탁 위의 전날 먹다 남은 빵조각을 몇입 물어 뜯고 아침식사를 때운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홀로 사는 남자의 아침은 아마 이렇게 시작할게다. 점심·저녁도 마찬가지로 변변히 챙기지 않아 속이 엉망일 것이란 안쓰러운 마음까지 생긴다.

그러나 '이 시대의 만능해결사'인 인터넷이 등장한 후로 '엄마의 정성''아내의 손길'이 무색할 만큼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내들이 많다.

홍보대행사 시너지 커뮤니케이션즈 우진구(33·서울 창천동)씨의 사례를 통해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하루 세끼를 엿봤다. 그는 미혼에 혼자 산다.

◇거르지 않는 아침식사=잠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만 하고 회사로 나오면 책상 위에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다. 매일 똑같은 메뉴도 아니다. 어떤 날은 감자·오이·계란·햄·참치 등이 들어간 햄치즈 샌드위치가, 어떤 날은 노란 치즈가 들어간 김밥 등 맛깔스런 음식이 펼쳐진다. 차분히 신문을 보면서 커피까지 곁들이면 결혼한 다른 동료가 부럽지 않다. 아침 식사만을 전문적으로 배달해주는 인터넷 사이트 '조찬(www.jochan.net)'에서 아침식사를 챙겨 놓은 것이다.

값은 한끼에 1천5백원으로 담배 한 갑보다 싸다. 한달치 메뉴를 미리 알 수 있어 좋아하지 않는 메뉴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계산은 한달에 한 번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해 처리한다.

◇할인 챙기는 점심식사=매일매일 어김없이 찾아오는 점심시간. 가끔 외부 거래처와 식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팀원들과 함께 자리를 한다. 회사 바로 옆이 인사동이라 유명한 집이 많다. 이럴 경우엔 준비없이 회사를 나섰다간 메뉴와 장소를 결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일쑤. 우씨는 밥 먹으러 나가기 전에 '점심닷컴(www.jumsim.com)'을 살짝 컨닝(?)한다. 인사동 식당을 검색한 후 알맞은 식당을 선택하고 할인쿠폰까지 프린트해 점심값도 절약한다.

◇저녁 접대 클릭해 결정=하루 식사 중 가장 신경쓰이는 때가 저녁. 홍보 대행 일을 하는 만큼 만나는 사람도 각계 각층으로 다양하다. 외국인을 접대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즈니스의 결정이 여유로운 분위기 속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주 이루어지다 보니 장소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특급호텔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그 곳 유명 레스토랑의 특별행사를 찾아본다. 맛도 맛이지만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반음식점에 비해 종업원들의 질높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만남의 자리가 아니라면 '메뉴판닷컴(www.menupan.com)'을 찾는다.'오늘의 레스토랑'을 클릭하면 서울시내의 내로라 하는 각종 음식점들이 소개돼 있다.

◇주말엔 요리 배워 만찬=주말에도 우씨는 걱정이 없다. 요리하기를 좋아해 주말 식사는 스스로 해결한다. 쌀을 씻어 밥솥에 올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와 양파를 다듬고…, 모두가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전업주부가 아니다 보니 마음에 드는 식재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인터넷 슈퍼마켓인 '스피드 가정식(www.ispeedfood.com)' 사이트에 들어가 쇼핑을 한다.

모든 종류의 야채·생선·육류뿐 아니라 수입 식료품도 갖춰져 있고 배달까지 해준다. 친구의 방문이 계획돼 있을 땐 하루 전 '손님초대 실속세트 메뉴'를 주문, 간편하게 음식을 마련해 즐거운 주말을 보낸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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