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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듯" 한마음 환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짜슥아-. 그래 슛, 슛, 골-." "그래 좋다. 슛, 골-."

한국팀이 폴란드를 완파하고 월드컵 본선 첫승을 거두는 순간 전국민은 경기장에서, 거리 전광판 앞에서, 술집에서, 그리고 각 가정에서 환호 속에 하나가 됐다. 그리고 더욱 가깝게 다가온 16강의 꿈에 부풀었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들은 폭발하는 승리의 감동과 흥분을 마음껏 발산했다. 전광판 앞의 관중은 서로 얼싸안고 붉은 물결을 이루며 자리를 뜰 줄 몰랐으며, 밤샘 술파티로 이어졌다.아파트촌 주민들은 베란다 밖으로 나와 "이겼다"를 외쳤고, 달리던 자동차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절정 이룬 길거리 응원=여의도 둔치에서, 광화문에서, 대학로에서,그리고 잠실 야구장에서….

전국 78곳의 대형 전광판에 몰린 길거리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제히 부둥켜 안거나 어깨동무를 한 채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5만 인파가 몰린 광화문 주변에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흥국생명에서 광화문 네거리에 이르는 왕복 16차선 도로 중 절반인 8개 차선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경찰은 이날 길거리 응원을 펼친 시민이 5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6백인치(가로 12m·세로 7m)짜리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회사 동료들과 목이 터져라 응원한 이준민(회사원·29)씨는 "오늘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목이 메었다.

10만여명이 발디딜 틈 없이 몰린 여의도 한강 둔치의 야외무대 대형 전광판을 찾은 대학생 조현태(27)씨는 "심장이 멎을 듯 기쁘다"며 "친구들과 밤새 맥주 파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만2천여명이 운집한 잠실야구장도 내내 꽃종이가 뿌려지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승리 행진=승리의 감격은 전광판 앞에서 거리로 이어졌다.

길거리 응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이 삼성역 등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승객들은 즉석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광경이 벌어졌다.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응원을 하고 나온 시민 수천명은 삼성동까지 한개 차로를 이용해 즉석 행진을 했다. 이들이 길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면 지나가던 차량들은 경적으로 '박수 다섯번'을 울리며 화답했다.

행렬이 강남소방서 앞을 지날 땐 한 소방관이 소방차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대~한민국"을 외치자 시민들이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업소들 공짜 축제=TV가 설치된 술집에는 퇴근 후 몰려든 직장인들이 새벽까지 승리의 기쁨을 이어가며 흥겨운 밤을 보냈다.

'한국이 이기면 생맥주 무한정 공짜'를 내건 강남 O호프집은 자정 이전 맥주가 동났고, 여의도 L고깃집은 '한국 승리 때 소주·삼겹살 2인분 공짜'라고 써붙이고 새벽까지 손님을 맞았다. 전국 2백개의 '기분난다 호프' 체인점들은 한 맥주업체 후원으로 모든 손님에게 생맥주 한잔을 무료로 줬다.

◇뜨겁게 달궈진 인터넷=한국팀의 골이 터질 때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감격에 겨운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했다.

황선홍의 첫 골이 터지자 "아, 각본없는 드라마. 눈물이 난다" "선홍이형 ! 이제 한 풀었어" 등의 글이 올랐고, 유상철의 두번째 골에 승리를 확신한 듯 "대한민국 만세" "16강을 넘어 8강으로" 등의 글이 온통 게시판을 장식했다. 엠파스 게시판에는 "아름다운 그들이 달린다.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다이아몬드보다 빛나는 밤"이라는 즉석 시까지 올랐다.

이무영·정용환·손민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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