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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환희… 日 탄식…中 실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중·일 극동 3개국이 모두 첫 경기를 치른 4일 한반도에서는 환호성이 용솟음쳤고,일본 열도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으며,중국 대륙은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3국3색이었다.

○…전반 26분 황선홍의 논스톱 슛이 폴란드의 골네트를 뒤흔드는 순간 밤공기를 가르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후반 8분 유상철의 추가골이 작렬했을 때에는 삼천리 방방곡곡이 '대~한민국'으로 메아리쳤다.

90분의 사투가 마무리되자 4천만은 하나가 되어 얼싸안았고 한국축구는 온 국민이 염원하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한국의 승리는 무너진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값진 전리품이기도 했다.

○…일본 국민은 일본팀이 다 이겼던 경기를 막판에 실점해 비기자 무척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경기장인 사이타마(埼玉)스타디움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 관중이 20여분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아쉬움을 달랬다.

일본 국민은 처음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전 전패했던 데 비하면 이날의 무승부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NHK방송은 "비기기는 했지만 월드컵에서 첫 승점(1점)을 얻었고,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소득"이라고 보도하면서 9일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리는 러시아전에 기대를 걸었다.

NHK는 또 "한국은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리를 거뒀다"며 "일본도 빨리 1승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4일 저녁 일본 열도는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도쿄(東京)등 대도시는 일찌감치 업무를 끝내고 TV를 시청하기 위해 귀가한 직장인들로 오후 일찍부터 거리가 한산했다.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열띤 응원을 한 와카쓰기 마사히토(若月雅仁·28)는 "직장 상사가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하게 해 사표를 내고 달려왔는데 무승부로 끝나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은 장탄식을 했다.13억 중국인들은 열띤 응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2-0으로 패하자 "아직 멀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수업마저 빼먹고 경기를 시청했던 베이징어언문화(語言文化)대학교의 왕(王)군은 "우리 축구팀이 제 실력을 발휘해 중화민족의 기개를 세계에 떨쳤으면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베이징(北京)젠궈(建國)로의 오피스텔 단지에서 쓰촨(四川)요리점을 경영하는 저우옌(周嚴)은 식당 앞에 대형 TV를 설치해 열성 축구팬인 추미(球迷)들과 함께 응원을 펼쳤으나 패하자 "아직 더 배워야 할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 신랑왕(新浪網)에는 중국 선수들을 돼지에 비유하는 등 온갖 욕설이 쏟아져 중국인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컸던가를 방증했다.

국제부·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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