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사-다국적기업 연구개발 협력체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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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의 제약업체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 기술개발과 마케팅 분야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의 회장 겸 한국릴리 마크 존슨 사장(사진)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 확대에 매달리는 것보다 연구개발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제약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는 4백여개의 크고 작은 제약사가 있다. 인구나 경제 규모로 볼 때 비정상적으로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적정한 이익과 연구비를 확보해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안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엔 보통 세차례 이상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특히 마지막 임상시험은 전세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한국 제약업체들은 이런 점이 어렵다."

-국내 제약업체가 다국적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한 예로 우리 본사에는 연구개발을 위한 기술벤처 자회사(이노센티브)가 있는데, 이를 통해 릴리의 연구과제를 올려 놓으면 세계 각국의 연구개발진이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며, 성과가 있으면 돈을 지급한다. 의약부문에서는 이같은 협동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제약사들의 약값 인상 요구로 건보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다.

"전체 건보 재정 중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가 5%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8%대보다 낮다. 한국 정부는 의료보건 정책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초고속 인터넷 등에는 적극 투자하면서도 의약품은 비용 문제만 생각한다. 질좋은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을 사용해 수명이 연장되고 환자들의 재활을 도와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등 사회경제학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KRPIA와 한국제약협회와의 갈등이 적지 않은데.

"최근 KRPIA가 자체 제정한 공정규약 중 의사들의 국제학회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제약협회에서 '불공정 지원'이라며 철회를 요청하는 등 이견이 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사들의 학회 참여를 지원하는 것은 한국 의료계의 발전과 환자들에 대한 의료 질 향상이 목적일 뿐 부당 지원이 아니다. 두 단체는 적대 관계가 아니며 의약품 가격정책 등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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