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같은 날 경기 누가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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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중국·일본 극동 3국이 4일 일제히 본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8로 무너지면서 구겨놓은 아시아 축구의 체면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일전이다. 또 3국의 외국인 사령탑이 벌이는 자존심 경쟁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 축구에 네덜란드식 '콤팩트 사커'를 이식해온 거스 히딩크 감독은 최근의 평가전에서 선전한 덕분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중국을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유고 출신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중국인들에게서 신(神)처럼 추앙받고 있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도 일본 축구를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에서 누가 먼저 웃을 것인가.

◇한국 -'압박 축구 전도사'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명성에선 다른 두 감독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명성과 성적이 꼭 비례하지는 않기에 가장 위험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부임 후 히딩크 감독은 힘과 스피드의 축구를 고수했다.

한때 사생활 문제와 북중미 골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의 실험은 점점 빛을 발했다.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과 어느새 상대 진영까지 파고드는 빠른 발로 한국 축구를 무장시켰다. 덕분에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잉글랜드 등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변화를 확인했다. 지난 다섯 차례의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이지만 국민의 기대는 16강 너머까지 부풀어 있다.

◇중국-'16강 청부업자' 보라 밀루티노비치

집시 분위기를 풍기는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늘 떠돌이였다. 1986년 프로선수 시절을 보낸 '제2의 조국' 멕시코를 본선 8강에 진출시켰고, 90년 코스타리카로 옮겨 또다시 본선 16강 진출을 이뤘다.

이어 94년에는 미국을, 98년에는 나이지리아를 맡아 모두 본선 16강에 올렸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16강 청부업자''16강 제조기'등이다.

아프리카·북중미에 이어 그는 아시아를 택했다. 99년 중국 감독으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중국을 사상 첫 월드컵 무대에 세웠다. 그러나 중국의 본선 전망은 어둡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차치하더라도 유럽의 신흥 강호 터키, 북중미 최강자 코스타리카 등도 중국이 쉽게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적이 재연되길 중국인들은 바라고 있다.

◇일본-'흰 얼굴의 마법사' 필리프 트루시에

1998년 월드컵 직후 일본은 아프리카를 전전하던 무명의 프랑스 출신 감독을 영입했다. 이듬해 그는 청소년팀(20세 이하)을 이끌고 나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다. 그가 트루시에 감독이다.

프랑스 2부리그에서 무명선수였던 트루시에는 28세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로 건너간 그는 몇몇 프로팀에서 감독생활을 하다가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다. 그때 얻은 별명이 '흰 얼굴의 마법사'다.

일본행 기회를 잡게 된 것도 남아공을 맡았던 98년 월드컵 때문이었다. 일본을 맡은 뒤 트루시에 감독은 2000년 아시아컵 우승과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을 일궈내며 일본 국민의 영웅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최근 노르웨이에 0-3으로 패하는 등 팀이 부진을 겪고 일본팀에 대한 폄하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부산=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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