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댐경협 업그레이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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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장마철에 앞서 금강산댐의 수위 조절을 위해 방류한 물이 예고대로 어제 우리측 평화의 댐을 안전하게 통과, 북한강으로 흘러들었다. 북한측이 댐물 방류를 사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수자원 이용 등 남북 간 협력을 끌어내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게 분명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강산댐 추가 건설, 평화의 댐 보강과 관련해 국민과 현지 주민들이 가졌던 불안감도 상당히 씻게 됐다. 또한 열릴 듯하다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숨통을 트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남북의 협력관계가 현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진일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측은 이번 통보에서도 구체적인 방류량과 방류일정, 그리고 금강산댐 공동조사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금강산댐 문제는 이번 통보를 시발로 해 풀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금강산댐 안전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은 급선무다. 북한 측도 댐물 방류를 통보할 때 강조한 대로 금강산댐의 안전성과 견고성이 확고하다면 점검을 굳이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북한은 무기 연기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의 재개에 성의를 보여야 하고 남측도 이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양측에는 임진강 수계(水系)의 수해방지 방안 등 공동 논의과제가 많고, 금강산댐 안전은 경협추진위가 열리면 우리 측이 북한과 협의하려던 사안이었다.

남북 간에는 경의선 철도 연결, 개성공단 건설, 전력지원 등 경협과제가 쌓여 있다. 경협문제를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꼬이는 게 당연하다. 그게 남북 가릴 것 없이 그간의 협상에서 보여온 부정적 측면이다. 남북협력은 호혜적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현실에 맞게 풀어나가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접근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금강산댐과 관련해 북측이 보인 진취적 자세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며 잘만 하면 남북문제를 제대로 푸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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