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파워 커졌지만 모녀간 시각 차도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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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치과의사 A씨(28·여). 지난 주말 있었던 여고 동창회를 떠올린다. 동창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약사·한의사·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가 많고 공무원도 여럿이다. 행정·사법·외무고시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다. 합격자 둘 중 한 명꼴로 여자들이란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알파 걸’ 친구들과 한창 수다를 떨고 나니 스트레스가 꽤 해소됐다.

기분 좋게 동창회를 갔다온 것까진 좋았는데, 그날 저녁 어머니와 말다툼한 기억이 씁쓸하다. 요즘 들어 모녀간에 다툼이 잦다. 결혼 때문이다. A씨에겐 2년 넘게 만나온 남자친구가 있다. 그러나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머니는 늦기 전에 결혼하라고 성화다. ‘결혼은 선택’이란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 최근 남편과 사별한 B씨(59·여). 1715만 가구 가운데 22.2%(380만 가구)를 차지하는 여성 가구주의 한 명이 됐다. 전업주부로 살아 왔지만 국민연금과 적금이 있어 생계 걱정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전날 딸과 결혼 문제를 놓고 크게 말다툼한 탓에 울적하다. 5년 전 결혼한 큰딸은 ‘이혼하겠다’며 속을 썩이고 있다. ‘남편이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서로 이해하고 보살피는 게 인생’이란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통계청이 여성주간(7월1일~7일)을 맞아 4일 발표한 ‘201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토대로 각색한 이야기다.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알파 걸’도 늘고 있다. ‘여성 약진 시대’라 할 만하다. 그러나 딸과 어머니의 생각 차이는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82.4%)은 지난해 처음으로 남학생의 진학률(81.6%)을 넘어섰다.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24.5%), 한의사(15.7%), 약사(64.3%) 등 여성 의료인력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공직 진출도 마찬가지다. 2008년 여성 공무원 비율은 40.8%로 전년(40.1%)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의원 비율도 23%로 2006년의 14.5%에서 많이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지만 어머니들과의 생각 차이에 따른 모녀갈등은 커지고 있다. 특히 결혼생활을 둘러싼 견해차가 적잖았다. 여성을 ‘20~30대(딸)’와 ‘50대 이상(어머니)’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딸들은 9.9%에 불과했다. 어머니들은 36.7%였다.

이혼은 안 된다며 부정적으로 답한 딸의 비율이 39.6%에 그친 반면 어머니들은 74.6%가 부정적으로 봤다. 동거에 대해서도 딸들은 과반(52.6%)이 동의했지만, 어머니는 74.9%가 부정적이었다. 가사분담의 경우 어머니들의 절대 다수(74.9%)가 ‘부인이 주도해야 한다’(74.9%)고 보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딸들은 절반(51.8%)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딸들(71.4%)이 어머니(51.8%)보다 높았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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