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독서이력 관리, 어떻게 읽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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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영(39·서울 노원구)씨는 요즘 딸 김예지(서울 증평초 4)양의 영어 독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아 고민이다. 최근엔 독서 관리 프로그램이 있다는 곳을 찾아 학원까지 옮겼다. 박씨는 “국제중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 영어 독서이력 관리와 포트폴리오 작성에 관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국제중·외고·대학 등 각종 입시에서 독서활동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이 늘었다.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기르고 동시에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어책 읽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다. 아발론교육은 최근 영어 독서 관리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아발론 중계캠퍼스 곽은진 원장은 “국제중, 외고, 상위권 대학 등 많은 학교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과 그 이유’에 대해 자기소개서 또는 면접을 통해 묻는다”며 “이에 대비해 평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입시가 닥쳤을 때 당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강대학교 SLP 어학원은 2008년에 시작한 온라인 영어 독서 프로그램을 확대시키고 있다. 처음 450여 권의 영어 원서로 시작한 도서 목록을 올해는 2000여 권으로 늘렸다. 이러닝팀 이영옥 수석팀장은 “자기주도학습 관련 콘텐츠·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파닉스·어휘 등 영어 학습과 연계시킨 프로그램에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영어 독서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등 저학년이나 영어책 읽기 초보자는 다독(多讀)으로 시작하고, 고학년이 되거나 독서에 익숙해지면 관심분야를 파고드는 독서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포 어린이영어도서관 차수진 관장은 “처음엔 다양한 책을 여러 권 읽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발견해가고, 관심이 가는 주제·분야·작가가 생기면 이에 대한 책들을 읽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공룡’에 대한 픽션·논픽션 작품을 함께 읽는 식이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골라 읽으면 작가만의 특징·기법·문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차 관장은 “고학년이라면 하나의 책을 각각 다른 시각으로 여러 번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처음 줄거리 중심으로 읽었다면 다음엔 주인공 입장에서, 또는 책에 등장하는 그림 위주로 보는 식이다. 읽은 후에는 일일이 독후감을 쓰지 않더라도 ‘독서로그’를 만들어 책의 제목·작가이름·주제·키워드 정도는 간단히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여기에 책 내용에 대한 이해도, 기억나는 장면, 읽은 횟수, 외우고싶은 문장,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등 원하는 항목을 덧붙이면 된다.

　곽 원장도 “영어책을 읽은 후에는 책을 읽게 된 계기와 내게 미친 영향, 책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평가 등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야 자신이 언제, 어떤 책으로 인해 꿈과 목표를 갖게 됐는지 나중에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입시에 필요한 담임 추천서를 받을 때도 교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포트폴리오가 활용될 수 있다. 곽 원장은 “그림·단어·문장·글 등 정형화된 형식 없이 본인의 생각대로 기록을 남기면 된다”며 “퀴즈·그림·도표·인터뷰와 같은 형식을 활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초급 단계라면 한글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적는 정도가 적당하다. 중급 수준이라면 책의 줄거리·등장인물에 대한 요약과 내 생각을 한글 또는 영어로 써본다. 상급 단계에서는 느낀 점과 함께 감명 깊었던 장면과 그 이유, 내가 얻은 교훈,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등 다소 긴 글을 영어로 작성해본다. 책에 반복해 등장했던 단어나 표현을 따로 정리해두면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차 관장은 “그러나 영어로 독후감을 썼을 때 문장·문법에 대한 교정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김예지양은 영어 독서를 즐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독후 기록은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